LG화학의 질주…美·유럽 이어 '2차전지 원조' 日시장 상륙

미쓰비시車에 배터리 공급
일본車, 첫 해외구매 사례…도요타·혼다와도 협상 중
LG화학이 미쓰비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용 중 · 대형 리튬이온 전지(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 일 경쟁이 치열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게 됐다.

LG화학 삼성SDI SK에너지 등 국내 업체들은 산요 소니 등 일본 2차전지 업체에 비해 10년 이상 늦게 기술 개발에 뛰어든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을 독과점하던 일본 기업들의 아성을 깨뜨리고 있다. LG화학은 미국(GM 포드 이튼) 유럽(볼보) 중국(창안자동차)에 이어 일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도요타 혼다와도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이 생산하는 리튬이온전지가 일본 기업들의 니켈수소전지를 누르고 세계 전기차 배터리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 삼성 SK 전기차 배터리 시장 주도

LG화학은 미쓰비시자동차와 공동 연구를 통해 미쓰비시가 생산하게 될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개발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해외 첫 배터리 계약업체인 GM과도 8년 가까운 공동 연구를 통해 배터리를 개발하고 공급 계약을 맺었다"며 "독자적인 2차전지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미쓰비시와 최종 계약이 체결될 경우 실제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상당히 단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이번 계약으로 국내 기업들이 2차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본 기업을 추월하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선두주자로 나서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독일 보쉬와의 합작사 설립을 통해 BMW S&T 모터스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SK에너지는 현대 · 기아차,미쓰비시 후소와 계약을 맺었다. ◆발빠른 투자판단이 주효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과 잇따라 전기차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일본 기업들보다 한발 앞선 시장 예측과 투자결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LG화학과 삼성SDI가 본격적으로 2차전지 개발에 뛰어든 1999년 당시에는 일본 기업이 생산하는 니켈수소 2차전지가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다. 도요타가 1998년 하이브리드카(HEV) 프리우스를 처음 상용화한 이후 니켈수소전지가 중 · 대형 2차전지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들은 니켈수소전지 대신 리튬이온전지 개발로 눈을 돌려 투자를 집중했다. 니켈수소전지로 일본과 경쟁하기에는 너무 늦은 데다 리튬이온전지의 향후 시장전망이 더 밝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10~15% 비싸지만 무게가 가볍고 에너지 충전량이 50% 이상 높은 장점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리튬이온전지는 개발 초기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가격이 비쌌지만 대량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고 성능도 뛰어나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는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표준경쟁 주도

LG화학이 일본의 자존심인 2차전지 시장을 역습하면서 세계 중 · 대형 2차전지 표준 경쟁에서 국내 기업들이 일본 업체에 비해 한발 앞서게 됐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리튬이온전지에 눈을 돌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본 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니켈수소전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GM 포드 볼보 BMW 등 미국과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국내 기업들의 리튬이온전지를 선택하면서 전세는 역전될 전망이다. 일본 시장조사회사 IIT는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리튬이온전지 비중이 올해 11%에서 2015년 81%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기업들도 LG화학이 작년 이후 GM 등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리튬이온전지로 기술개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일본의 오랜 독주에 급제동을 걸고 있다"며 "리튬이온전지가 전기차 배터리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 2차전지

다시 충전해 사용할 수 있는 재충전식 전지.리튬이온전지,리튬폴리머전지,납축전지,니켈수소전지 등이 있다. 전기자동차를 비롯해 휴대폰,노트북컴퓨터 등에 사용된다. 니켈수소(Ni-MH)전지는 고용량화가 가능하며 가격이 싸고 충전 가능 횟수가 많아 널리 사용된다. 리튬이온(Li-ion)전지는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가볍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 소형 IT기기의 배터리로 주로 이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