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전문가 심층진단‥수익성 높이기 정공법…'게걸음 주가' 끌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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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삼성생명은 최근 '안녕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귀에 익은 멜로디의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아무 탈 없는 편안한 상태(안녕)'를 만들기 위해 고객의 건강,걱정,안전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회사의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광고로 평가된다. 삼성생명은 이미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생명보험업계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우량 기업이다.
삼성생명은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지난 5월12일 시가총액 22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증시에 입성했다. 하지만 상장 시점의 열기와 달리 아직 시장가치는 횡보를 거듭하고 있으며,주가는 상장 당시 공모가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고평가 논쟁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삼성생명의 부진한 주가 흐름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은 여러 가지다. 대표적인 내수 산업으로 성장한 생보업의 제한적인 성장 가능성,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 증대로 인한 금융주 전반의 부진한 시장 흐름,장기 금리의 제한적인 상승 가능성에 따른 자산운용 마진 회복 속도의 지연 등이 주가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이 가운데 장기 금리의 하락추세와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은 일시적인 불안요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굴레는 무엇보다도 생보업의 낮은 성장 여력에 있다는 생각이다. 최근 생보업계의 보험료 수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소폭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이런 추세는 일정 기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시장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정공법을 선택했고,지속적으로 시장과의 교감을 시도하고 있다. 기업 주도의 '푸시 마케팅'(push marketing)을 통한 일시적인 매출 증대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미봉책보다는,지속적인 수익창출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익성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채택했다. 이는 제한적인 매출 성장 환경의 돌파구를 현 사업 구조의 최적화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열고자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익성 중심의 성장 전략은 삼성생명의 독보적인 시장 리더십과 고유의 사업 모델을 기반으로 정교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세부 전략은 아래와 같은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수익성 중심 상품운용 전략이다. 이는 삼성생명의 상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퇴직보험을 제외한 초년도 수입 보험료 가운데 고수익의 보장성 상품과 연금 상품 비중이 각각 37%와 59%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보장성 상품은 2007 회계연도 때 35%에서 작년에는 37%로 증가했다. 업계 평균인 25%에 비해 12%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미래 성장시장으로 예상되는 보장성 상품과 연금의 판매 비중이 높은 요인으로는 고객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 개발력과 리서치 역량,정보기술(IT) 시스템 등 탄탄한 인프라,신뢰성 높은 브랜드 파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생명의 내재가치 기준 신계약마진율은 29%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둘째 전속설계사와 전속대리점이 초년도 신계약보험료의 90%를 구성하는 삼성생명의 채널 전략도 포인트다. 전속설계사와 전속대리점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뛰어나고 회사에 대해 높은 로열티를 가질 뿐만 아니라 개별 고객에게 적합한 종합재무설계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마진의 보장성 상품 판매에 적합하며,수익성도 가장 높은 채널이다. 삼성생명 전속설계사의 생산성은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된다. 삼성생명은 2009회계연도에 설계사 1인당 초회보험료 실적이 2500만원으로 경쟁사들이 1500만원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셋째 탁월한 경영 효율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수한 고객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이후 1년 만에 실효해약률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0% 수준을 회복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업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사업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1인당 생산성이 높으면서도 지속적인 비용 절감 노력과 규모의 경제로 인한 고정비용 부담이 경쟁사에 비해 덜한 덕분이다. 넷째 지속적인 고객기반 확대 전략도 주목된다. 삼성생명의 고객은 피보험자 기준 1300만명으로 전 국민 4명 중 1명에 달할 정도로 광범위하다. 특히 보험수요가 크고 경제적으로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30~50대 인구의 35%,은퇴설계가 시급한 40~59세의 은퇴 준비계층의 38%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보험사의 고객층은 전속설계사의 꼼꼼한 고객 관리로 회사에 대한 로열티가 높아 업종 평균보다 6%포인트 이상 높은 78%의 계약 유지율을 지키고 있다.
마지막으로 삼성생명은 업계 수위의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며 수익성 중심 성장의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금융위기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338%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내년 본격 도입 예정인 위험기준 자기자본(RBC) 방식의 지급여력비율도 281%로 업종 평균과 경쟁사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4~6월)에 전년 동기 대비 10% 늘어난 4조9920억원의 수입보험료와 80% 가까이 증가한 6190억원의 분기 순이익을 달성했다. 일회성 이익을 제거하더라도 약 3000억원 규모의 분기 순익을 냈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순익은 작년 회계연도 순익(9060억원)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생명은 '온리 원 컴퍼니'(only 1 company)를 지향한다. 수익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지키면서 고령화 사회 진입에 대비한 중 · 장기 비전과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한다면 업계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