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벤처] 코렌, 의료광학 분야로 '영토 확장'

휴대폰 카메라렌즈 국내 1위
年 1억개 생산…中에 수출
CCTV·내시경용 개발도
전 세계 카메라 렌즈 시장의 '강자'는 캐논 · 올림푸스 등 일본 기업들이다. 휴대폰에 쓰이는 소형 카메라 렌즈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국내 휴대폰 회사들은 일본 샤프에서 렌즈를 수입했다. 이런 일본 기업의 아성에 도전한 중소기업이 있다.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 제조업체 코렌(대표 이종진)이다. 내달 22일 코스닥시장에 상장 예정인 이 회사는 설립 10년 만에 국내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 시장 1위로 올라섰다. 이종진 코렌 대표(45)는 28일 경기도 성남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국내 1등에 만족하지 않고 고화질 렌즈를 필요로 하는 영상통화 시대에 글로벌 톱이 되도록 회사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0년 만에 휴대폰용 렌즈 1위 '우뚝'코렌은 이 대표가 1999년에 세웠다. 전남대 물리교육과를 졸업한 이 대표는 잠시 교단에 섰다가 현대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전자에서 6년간 광학연구에 매달린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부터 가졌던 전공(물리학)을 살려 카메라 렌즈 사업을 해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일본 SEGA에 게임기용 렌즈를 팔던 코렌이 휴대폰용 렌즈 시장에 뛰어든 것은 2000년.당시 일본 샤프가 주도하던 휴대폰용 렌즈는 유리를 깎거나 몰딩(유리를 녹인 뒤 성형하는 것) 방식을 사용했다. 반면 코렌은 2000년부터 3년간의 연구 끝에 유리 대신 플라스틱으로 렌즈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코렌이 만든 렌즈를 사가는 곳은 없었다. 이 대표는 "휴대폰 회사들은 플라스틱 렌즈로는 100만화소급 휴대폰용 카메라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코렌이 빛을 본 것은 2004년 LG이노텍에 납품하면서부터다. 이후 삼성그룹 주요 부품사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대표는 "200만 · 300만화소급 휴대폰이 나오기 시작한 2006년,2007년에도 다들 플라스틱으로는 고화소를 낼 수 없다고 했지만 우리는 보기 좋게 해냈다"고 말했다. 코렌 플라스틱 렌즈의 장점은 품질 대비 제조원가가 낮다는 것이다. 동일한 시간에 기존 유리 몰딩 방식으로는 2만개의 렌즈를 만들 수 있는 반면 플라스틱 렌즈는 20만개나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는 물론 중국 BYD,툴리 등 휴대폰 카메라모듈 제조업체들이 코렌 제품을 사간다. 이 대표는 "현재 코렌이 연간 만드는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는 1억개(모듈 기준)로 작년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며 "세계 시장에서도 14%가량의 점유율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광학 전문기업 될 것"

코렌은 내달 코스닥시장 상장을 계기로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렌즈를 만드는 장비인 사출기를 추가 설치해 월 생산 규모를 570만개에서 864만개(국내 본사 624만개,중국법인 240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 대표는 "한국과 중국(웨이하이) 두 곳의 생산기지를 통해 제조단가는 중국 수준으로 낮추고 품질은 한국 수준에 맞춘다면 망할 염려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거래처도 다변화할 방침이다. 기존 고객사인 국내 주요 카메라모듈 업체와 중국 BYD,툴리에 이어 일본 S사를 통해 해외 휴대폰 메이커들에 500만 · 800만화소급 카메라 렌즈를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코렌은 휴대폰용 카메라 렌즈에 이어 아파트 현관에 설치하는 지문인식기용 렌즈에 이어 CCTV 등 보안카메라용 렌즈,자동차 전 · 후방 카메라,알약 형태의 내시경용 캡슐카메라 렌즈 등 신제품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주목하는 차세대 성장동력은 의료용 렌즈.

그는 "카메라 렌즈를 시작으로 의료용 렌즈까지 휩쓸고 있는 일본 올림푸스처럼 의료용 광학 분야 1등 기업이 되는 게 20년 뒤 코렌의 미래 모습"이라고 말했다.

성남=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