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명의신탁' 증여세 5년간 1조 추징

조세회피 목적 땐 증여 간주…국세청, 1만2681건 적발
주식변동ㆍ자금 출처조사 강화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줘 주식을 사게 했다가 과세당국으로부터 증여세를 추징당한 금액이 지난 5년간 1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식 명의신탁에 증여세를 부과한 건수는 1만2681건,금액으로는 1조447억원에 달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주식 명의신탁은 다른 사람이 주식을 살 때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5조에 따르면 주식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르고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면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주식을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증여세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과세당국이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경우는 다른 사람의 명의로 재산 등기를 하거나 실제 소유자 명의로 명의등재(명의개서)를 하지 않은 사람,1997년부터 1998년까지 유예기간 중 실제 소유자 명의로 전환하지 않은 사람 등이다.

국세청은 통상 주식 명의신탁은 부동산과 달리 주주명부에 명의등재만으로 소유권이 이전돼 증여세 회피를 위한 변칙 증여 수단으로 사용된다고 보고 있다. 또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소득 누진과세를 회피하거나 법인의 제2차 납세의무자로 지정되는 과점주주(법인주식 총수의 50% 초과 보유)가 되는 것을 회피하는 수단 등으로도 사용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연도별 증여세 추징 규모는 △2006년 2010건(1147억원) △2007년 1379건(1557억원) △2008년 5389건(5035억원) △지난해 808건(1029억원) △올해 상반기 3095건(1679억원)이다. 유형별로는 전 · 현직 임직원 등 회사 관계자를 통한 명의신탁,부모형제 등 가족을 통한 명의신탁,법인설립 때부터 지인을 통한 명의신탁 등이 많았다.

실제 오모씨 등 모 그룹 전 · 현직 임원들은 그룹 회장을 대신해 자신들의 이름으로 계열 건설사 주식을 취득했다가 증여세 40억4400만원을 추징당했다. 그룹 회장 박모씨 역시 실소유자라는 사실이 드러나 명의신탁한 주식의 배당 소득과 관련된 종합소득세 13억2700만원을 부과받았다.

C기업의 실소유자인 이모씨는 친척 종업원 지인 등에게 C기업의 주식 77억300만원 상당을 명의신탁했다가 적발돼 친척 종업원 지인 등에게 증여세 38억2700만원이 부과됐다. 강모씨는 D사와 E사의 대표이사인 형에게 자신의 이름을 빌려줘 형이 D사 주식 5만5000주와 E사 주식 9만5000주(17억7800만원 상당)를 강씨 이름으로 취득하도록 한 사실이 적발돼 7억5400만원의 증여세를 물게 됐다.

류학수 국세청 재산세과장은 "앞으로도 주식 명의신탁의 경우 자금출처 조사와 주식변동 조사 등을 통해 철저히 검증해 증여세를 추징하는 등 엄정하게 관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