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부익부 빈익빈'…절반이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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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고유재산운용 수익 급감자문형 랩 인기 덕에 승승장구하고 있는 투자자문사들의 1분기(4~6월) '장사'가 기대와 달리 시원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쌈짓돈인 고유재산 운용에 실패해 순이익이 반토막 난 데다 적자를 본 자문사도 절반을 넘었다.
케이원·브레인이 순익 62% 차지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22개 전업 투자자문사의 1분기 영업실적을 분석한 결과 자문 · 일임계약 잔액은 17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3조7000억원)보다 26.2% 증가해 영업수익이 823억원으로 3.7% 늘었다. 하지만 순이익은 작년 1분기 316억원에서 절반 가까이 급감해 176억원에 그쳤다. 이는 자문사들이 영업은 무난하게 했지만 여윳돈으로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고유재산운용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분기 자문 · 일임수수료 수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억원 증가한 반면 고유재산운용수익은 134억원이나 감소했다.
대형 자문사 중에서도 케이원투자자문이 작년 1분기 14억9000만원이던 고유재산 운용수익을 올 1분기 45억2000만원으로 3배 가까이 늘렸을 뿐 브레인(-41.4%) 한가람(-85.3%) 인피니티(-80.6%) 등은 고유재산 운용수익이 크게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문사들은 고유재산 운용에 제한이 없어 대부분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며 "작년엔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여서 수익률이 높았지만 올해는 약보합세라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자문사 간 실적 양극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122개 자문사 중 순이익을 낸 곳은 55곳으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그나마도 자문형 랩 인기를 주도해 온 케이원(59억원)과 브레인(51억원) 2곳의 순이익이 전체의 62.5%를 차지했다. 1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낸 자문사는 코스모(20억원) 가치(14억원) 레이크(12억원) 등 7개사에 그쳤다.
반면 적자를 본 자문사는 지난해 1분기 36개에서 올 1분기 58개로 47.5%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이후 설립된 37곳 중 절반인 19곳이 순이익을 내지 못했다. 자문업계 관계자는 "자문형 랩이 인기를 끌었지만 돈은 상위권 대형사로만 몰리다 보니 적자를 보거나 개점휴업 상태인 자문사가 많다"며 "자문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해져 문을 닫는 곳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