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미플루·백혈병 약 원료는 식물…작은 종자에 인류생존 좌우될 것"

英밀레니엄 종자은행 스미스 원장
"식물 종자에 인류의 미래 생존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작은 씨앗 하나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폴 스미스 영국 밀레니엄 종자은행 원장(46 · 사진)은 지난 27일 저녁 서울 홍은동 그랜드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조류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중국의 토착식물인 스타아니스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미스 원장은 30일 이화여대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 보전과 연구의 교류 협력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밀레니엄 종자은행은 영국 런던 교외의 왕립식물원인 큐 식물원 내에 있다. 2000년 문을 열었으며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종자은행은 현재 3만종,20억개 종자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 1450여개 종자은행 중 최대 규모다.

스미스 원장은 종자의 중요성을 치료제 개발과 연결해 강조했다. 그는 "백혈병 치료제는 열대우림 식물인 로지 페리윙클로,알츠하이머 치료제는 터키에서 자라는 갈란투스로 각각 만들었다"며 "종자의 보존,연구 및 개발을 통해 의약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종자는 식량안보,기후변화 대응,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용될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종자 보존과 연구의 경제적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연간 30조~40조달러(3500조~4600조원)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10만종의 식물이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데 이들의 종자를 확보해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원장은 "한국은 종자 보존 및 연구에 있어서 아직 초기 단계"라며 "10~20년에 걸쳐 성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종자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반인들이 종의 다양성 보호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집 앞 정원에 꽃과 나무를 심으면 된다"고 답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