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국채매입 고민…충격요법 쓸까, 베이비 스텝 밟을까

실업률ㆍ인플레 따라 탄력 적용…단계별 양적완화 목소리 커져
시장은 충격요법 선호 분위기…6개월간 5000억弗 국채매입 기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부양을 위한 양적완화 조치로 고강도 충격요법(shock and awe approach)을 쓸 것인지,적당한 강도의 요법(baby-step approach)을 쓸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RB가 경기 악화시 기간을 제시하지 않은 채 필요할 때마다 시중에서 국채를 소규모로 매입,자금을 푸는 절충안을 택할 것이라고 27일 보도했다. 이 같은 '베이비 스텝'을 주장하는 FRB 내 인사로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가 대표적이다. 불러드는 현재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 그는 "베이비 스텝을 사용하자고 동료들(FOMC 위원)을 설득 중인데 진전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FRB가 매월 1000억달러나 그보다 적게 국채를 매입하되 향후 더 사들일 필요가 있는지 FOMC 회의 때마다 결정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일부에서 관측하는 것처럼 1년에 1조달러어치를 매입할 것으로 발표하고 시행할 경우 나중에 경기 회복 후 이를 다시 처분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효과가 나지 않으면 FRB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반면 베이비 스텝은 실업률이나 인플레이션 추이 등을 봐가면서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부담이 훨씬 작다. 불러드 총재도 "국채 매입 기간을 정한 충격요법은 아주 예외적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FRB는 금융위기가 터지자 2009년 3월 장기 국채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권 1조7000억달러어치를 6~9개월간 시중에서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뉴욕연방은행은 이 프로그램에 힘입어 장기금리가 0.3~1.0%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시장은 베이비 스텝보다 충격요법을 원하는 분위기다. CNBC방송이 최근 펀드매니저,투자전략가 등 67명의 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FRB는 오는 11월부터 6개월에 걸쳐 5000억달러 규모 국채 등을 매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FRB가 11월 초께 국채 1조달러어치 매입 계획을 발표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 정도면 장기금리를 0.25%포인트 더 인하시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얀 하츠이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언제까지 살지 정하지 않고 소규모로 매입하면 투자자들은 FRB가 계속 매입할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시장에서도 추가 양적완화에 따른 금리 인하 효과를 두고 논란이 적지 않다. 데이비드 레슬러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양적완화의 최우선 목표는 금리 인하가 아니라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차단과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비트너 웰스파고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면서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광범위하게 예견돼왔던 데다 금리가 이미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