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녹색 생태관광시대] (上) 여행·여가 문화의 패러다임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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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한국형 모델 사업 시동
2014년까지 5년간 2417억 투입…창녕, 파주, 화천 등 10곳 개발
녹색성장·경제 활력 두 토끼 잡기
《대한민국 오토캠핑장 302》의 저자인 김산환씨는 캠핑 예찬론자다. 그는 한 달에 두어 번 캠핑을 하며 자연에 파묻히기를 좋아한다. 그의 캠핑 원칙은 확고하다. 장비는 최소화하고 먹을거리는 현지에서 구한다는 게 첫째다. 몸을 놀리면서 자연을 향유하고 훼손은 절대금지한다는 두 번째 원칙도 고수한다. 이른바 '녹색 캠핑'이다.
그는 "캠핑 자체가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것이며 캠핑장에서 진행되는 일도 친환경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아웃도어 레저활동 증가 추세에 가족중심주의 시류가 맞물리면서 캠핑 인구가 급증해 연초의 두 배인 100만명 선을 넘을 것이란 게 그의 추산이다. 이들 캠핑족을 비롯한 '녹색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여행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부산 찍고 광주 도는 단순 관람형 관광에서 자연과 문화,체험과 책임까지 아우르는 복합여행으로 변화하고 있다. 관광이익을 지역주민에게 환원하려는 '공정여행' 개념이 바탕에 깔린 '녹색 생태관광'의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
녹색 생태관광의 키워드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 이해 △지속가능한 환경 및 생태 보전 △지역주민의 경제적 이익. '지역사회 발전과 생태계 보전에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자연관광'을 녹색 생태관광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녹색 생태관광이 관광계의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다. 2004년 세계관광기구(WTO) 보고에 따르면 생태관광은 1990년대 이후 매년 20%를 웃도는 증가세를 보였다. 다른 관광 분야보다 3배 이상 빠른 성장세다. 세계 관광시장에서 차지하는 생태관광 비중은 2004년 7%에서 2012년 25%로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제주 올레길,지리산 둘레길 등 녹색 걷기 여행이 붐을 이루고 있다. 생태관광지를 찾는 이들도 크게 늘고 있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는 지난해 233만명이 방문,958억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등 생태관광지를 찾는 이들도 급증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게 늘었다.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50만명가량을 생태관광객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는 "베이비 붐 세대가 은퇴하는 시기가 되면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출국자가 훨씬 많은 한국 관광의 불균형을 풀어줄 열쇠를 생태관광을 포함한 녹색관광이 쥐고 있다"고 강조한다.
여건은 좋은 편이다.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무장지대(DMZ),우포습지,순천만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생태관광지가 많은 편이다. 조류도 473종이나 관찰할 수 있는 등 탐조가에게도 매력적인 생태관광지란 평가다. 정부도 녹색 생태관광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4월 '녹색관광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기존 관광산업을 저탄소 녹색관광으로 리모델링하고 녹색 콘텐츠 및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통해 일류 녹색선진국으로 발돋움한다는 미래 국가비전과 맞물려 있다.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기후 변화에 민감하며 에너지와 자원 소비성향이 높은 관광산업을 앞서 '그린화'하겠다는 구상이다. 2008년 20%인 녹색관광시장을 2014년에 25%로 끌어올리고 관광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하기로 했다. 김성일 교수는 "관광에 저탄소 개념을 도입해 놀이와 휴식,생태계 보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의 유기적 틀을 세워놓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4년까지 5년간 2417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녹색관광 활성화의 중점추진 과제는 크게 세 가지다. △녹색관광의 제도적 선진화 기반을 다지고 △관광매력을 높이는 인프라 확충 및 상품을 개발하며 △녹색관광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켜 녹색여행 및 녹색경영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녹색관광 인프라 확충이다. 김흥락 한국관광공사 녹색관광개발팀장은 "습지,산과 강,철새도래지 등 자원유형별로 10개의 생태관광 시범사업지를 선정,2013년까지 한국형 생태관광 모델을 정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억4000만년 전에 형성된 우포늪이 있는 경남 창녕,세계 5대 습지 중 하나인 순천만이 자리한 전남 순천,유네스코 생물보전권지역 추진지역인 경기 파주와 평화생명지대(PLZ)로 개발 예정인 강원 화천,동북아 최대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의 충남 서산이 선정됐다.
경북 영주 소백산 자락길과 고원 마실길이 조성되는 전북 진안,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 거문오름,신두리 해안사구가 있는 충남 태안,최근 개방된 백룡동굴과 동강이 흐르는 강원 평창도 생태관광 시범사업지로 뽑혔다.
정부는 이들 시범사업지의 생태관광 활성화를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해당 지자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지자체별로 생태관광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기본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자원 이용이 지속가능하고 지역주민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우선해야 한다"며 "지역주민들도 자긍심을 갖고 '녹색 서비스'역량을 키워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