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中企 동반성장 대책] '소매업 고시' 법제화…공정거래 입증책임 유통社에

거래 공정화法 제정 추진
대형 유통업체ㆍ납품업체 희비
정부가 29일 내놓은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에 대형 유통업체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한층 더 강하게 규제하는 내용이 담기자 해당 업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입점업체 및 납품업체와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규제가 지나치면 대한민국 유통산업이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발표된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 대책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새로 제정키로 한 '대규모 소매업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거래공정화법)이다. 정부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운영 중인 '대규모 소매업 고시'로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강력한 '바잉 파워'를 앞세워 납품업체와 입점업체를 '착취'하는 관행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별도 법을 만들기로 했다. 김만환 공정위 가맹유통과장은 "상당수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업체에 할인판매를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발주량을 줄이는 등 거래상 지위를 남용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거래공정화법이 시행되면 이런 유통업체의 횡포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기존 대규모 소매업 고시를 토대로 거래공정화법을 만들되 몇몇 새로운 규제도 넣을 계획이다. 특히 불공정 행위가 포착될 경우 이에 대한 해명 책임을 대형 유통업체가 지도록 법안에 명시할 방침이다. 유통업체들이 '이런저런 사유로 할인판매를 요청했다'는 식으로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처벌받게 된다는 얘기다.

입점 · 납품업체들은 이런 정부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선 유통 마진율을 매출의 15% 선으로 정해놓고 가격을 후려친 뒤 행사비 광고비 등의 다양한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대규모 소매업 고시가 법으로 승격되면 이런 위법 행위는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체들은 '지나친 규제가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판매수수료에 대해 정부가 직 · 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도 "할인행사나 경품행사는 납품업체들이 홍보 · 마케팅 차원에서 자진해 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통업체들이 강요하는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며 "거래공정화법이 생기면 자유로운 거래 분위기가 위축돼 유통산업이 전체적으로 경직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오상헌/김철수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