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녹색 생태관광시대] (下) 그린투어 인증제 만들고 '사회적 관광기업' 육성해야

(下) 주민참여가 성공열쇠
지역경제와 밀접한 관계 구축하고
젊은층이 창업할 수 있도록
행정·정책 지원 급선무
문희마을로 잘 알려진 평창 동강 어름치마을에는 성수기 바가지 요금이 없다. 운영 중인 펜션이며 산장 등 숙박업소 이용 요금이 마을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돼 있다. 마을 운영위원회에서 협의해 정한 요금이다.

동강 및 백룡동굴 체험 패키지는 물론 송어회 · 닭백숙 등 먹을거리 요금도 공동 관리한다. 박미숙 어름치마을 사무국장은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 체험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마을도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놓고 항상 머리를 맞대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 신두리마을 주민들은 관광해설 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신두리 사구의 생태를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주민은 8명 정도.이 중 3명은 영화 속의 '홍반장'처럼 연락만 닿으면 만사 제치고 뛰어나올 정도로 열성이다.

권오수 신두3리 번영회 총무는 "일을 할 수 있는 젊은이가 없어 문제"라면서도 "녹색 생태관광지로의 발전을 위해 마을 주민 모두가 협력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생태관광 10대 모델사업 등 녹색관광 활성화 계획이 추진되면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게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생태관광 기반을 조성하더라도 해당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성일 서울대 산림과학부 교수는 일본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에서 1시간반 거리에 있는 야쿠시마란 섬을 예로 들며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올라 있는 야쿠시마는 숙박협회,가이드협회 등이 앞장서서 생태관광기금을 조성하고 섬 환경보전 및 주민 능력계발에 쓰는 등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녹색 생태관광은 지역사회와 특히 밀접하게 엮여있다"며 "생태관광은 지역주민이 주체적으로 이끌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지역주민들의 '주인의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남이 해주는 대로 따르는 것과 주민이 스스로 주인이 돼 추진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지역사회 차원의 내생적이고 자발적인 생태관광 전개"를 주문하고 있다.

그는 또 "공공부문이 개발 자금과 정보를 지원하고 교육훈련까지 포함한 행정 지원을 해야 바람직한 방향으로 녹색 생태관광 개발이 진행될 수 있다"며 비정부기구(NGO)나 지역대학,연구기관과 매스컴 등의 측면지원 필요성을 꼽았다.

'사회적 관광기업'의 육성도 제안했다. 저소득층은 물론 중소기업이나 젊은 계층이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관광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이 이뤄지면 △젊은피 수혈을 통한 지역사회 활력 제고 △관광 활성화를 통한 고용창출 △지역사회 경제적 도움이란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생태관광 인증제 도입도 요구되고 있다. 인증제는 녹색관광 제도 정비 및 선진기반 구축 과제의 하나다.

산업체의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이나 호텔의 무궁화등급처럼 생태관광지 · 숙박 · 여행상품 등 모든 부문에서 합당한 기준을 만들고 평가해 마크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강미희 영남대 산림자원학과 강사는 "무엇이 녹색 생태관광인지 명확하지 않아 마케팅에 오용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생태관광에 대한 정보 표지판을 보여주고 안내하는 것이 인증제"라고 설명한다. 그는 "녹색 생태관광은 고급시장이기 때문에 지역자본이 참여하고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고급 펜션 같은 소규모 숙소를 바람직한 생태 숙박모델로 키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