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窓] '한국판 401(k)' 활성화되길

브루스 윌리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 '다이하드 4'를 보면 '401(k)'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미국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의 401조 K항에 규정돼 있다고 해서 붙여진 미국의 대표적인 퇴직연금제도다. 테러리스트에 맞서 미국을 구하려는 윌리스를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그의 유일한 노후보장소득원인 401(k)의 적립금액을 0달러로 만들며 협박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모티브가 될 정도로 미국 근로자들에게 퇴직연금은 은퇴 후 소득보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모두 합친 총 은퇴자산의 65%를 퇴직연금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된 이후 꾸준히 가입자가 늘어 현재 5인 이상 사업장(51만1794곳)의 15.3%가 퇴직연금에 가입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발표에서 퇴직연금시장이 올해 말 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130년 넘는 퇴직연금제도 역사를 가진 미국과 이제 5년 남짓 된 우리나라의 퇴직연금제도를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선진국에서 퇴직연금제도가 발달한 것은 지금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를 향해 진입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은퇴 후 노후에 대한 고민은 직장인들의 화두가 된 지 오래지만 생각만큼 현실은 녹록지 않다. 당장 아이들 교육비며 주택구입비 등 급한 불을 끄느라 국민연금밖에 변변한 대책이 없다는 이들을 주변에서 많이 만나게 된다. 그러나 국민연금만으로는 안정된 노후생활을 기대하기 어렵고,기존의 퇴직금은 잦은 이직과 중간정산으로 노후보장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개인연금에 가입하면 되지만 별도의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가 기존 퇴직금제도에서 퇴직연금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세제 혜택 등 퇴직연금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오는 12월부터는 그동안 적용을 받지 못했던 4인 이하 사업장도 퇴직연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퇴직연금이 일하는 근로자들의 노후준비 필수대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강운경 < 고용노동부임금복지 과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