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코리아ㆍ우진…공모株 대박 '이유 있었네'

경영진 '투자자 배려' 철학 빛봐
눈앞 이익보다 브랜드 이미지 중시
공모가 거품 논란 속에 공모주 투자 열기가 한풀 식었지만 유가증권시장 공모주들은 잇따라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투자자들에 큰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공모가조차 지키지 못하는 코스닥 공모주들과 차별화되는 움직임이다. 이들의 성공적인 상장 배경에는 최고경영자의 특별한 상장철학 등 정성적 변수들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기업공개(IPO)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 28일 상장한 휠라코리아가 대표적인 사례다. 휠라코리아는 유가증권시장 공모주로는 이례적으로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3만5000원)의 2배인 7만원에 형성됐다. 삼성생명 상장 이후 시초가에서 '대박'이 난 경우는 휠라코리아를 포함해 4건에 불과하다. 내년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휠라코리아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지만 무엇보다 공모가가 낮게 책정된 게 주요인이란 분석이다. 기업 입장에선 공모가가 높을수록 좋지만 윤윤수 회장 등 휠라코리아 경영진의 생각은 달랐다.

최종 공모가를 결정하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공모가 밴드의 상단이었던 3만5000원 이상의 가격에서도 주식을 받겠다는 주문이 쇄도하며 경쟁률이 100 대 1에 육박하자 주관사인 삼성증권은 공모가를 더 높여도 청약이 무난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 제안을 거절했다. 박종안 휠라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브랜드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공모가를 높여 자금을 더 끌어모으는 것보다 상장 후 주가흐름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휠라코리아처럼 상장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원전용 핵심계측기 제조업체 우진도 마찬가지다.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가격과 상관없이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관들 수요만 해도 배정물량을 웃돌 정도였다. 하지만 우진 경영진은 투자자들 모두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면서 공모가를 밴드 상단(1만5200원)보다 낮은 1만5000원에 확정했다. 공모가를 1000원만 올려도 회사로선 20억원을 추가로 조달할 수 있었음에도 경영진이 투자자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후문이다. 유통업체인 현대홈쇼핑 락앤락 등의 성공적인 상장도 휠라코리아와 같은 맥락이다. 현대홈쇼핑 IPO를 주관한 김동식 현대증권 팀장은 "유통업체가 상장 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미치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투자자 이익을 더 크게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투자자뿐 아니라 회사 직원들을 배려하기 위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유가증권시장 공모주는 공모 물량의 20%를 우리사주로 의무 배정해야 한다. 우리사주 물량은 1년간 보호예수되기 때문에 공모가가 비싸게 책정되면 직원들 손실로 직결되게 마련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삼성차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가가 높이 책정됐던 삼성생명 사태 이후 투자자와 우리사주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영진이 늘고 있는 측면도 있다"고 귀띔했다.

조진형/노경목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