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의 '월요전망대'] 경제지표 둔화…정부 정책 기조 변화오나

1929년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라던 글로벌 금융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데는 국제공조 덕이 컸다. 위기가 터지자마자 미국 일본 유럽 중앙은행들은 신속히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각국 정부는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최근 들어 모든 것이 거꾸로 가고 있다. 국제공조를 통한 위기 극복은 온데간데 없이 주요국들은 서로 자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국제공조가 각자도생으로 바뀐 셈이다. 자유무역을 통한 공생이 위협받고 있으며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린다. 당초 이 자리에선 IMF 쿼터(지분율) 조정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혁,글로벌 금융안전망 등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제가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환율문제가 핵심 사안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최근 들어 커졌다. G20 재무장관들도 참석하는 만큼 중국 위안화 등 각국 통화의 가치 평가를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IMF는 이에 앞서 6일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을 발표한다. 매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수정 전망치를 내놓는데,지난 4월에는 2010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2%로 직전보다 0.3%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신흥 · 개도국 중심의 강한 회복세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주요 선진국의 경기둔화 움직임 등 리스크 요인이 상반기보다 커지고 있어 성장률 전망에 어떻게 반영할지 주목된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9월 초 연례협의를 마치고 이미 한 차례 큰 폭 상향 조정(4.5%→6.1%)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추가 조정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 발표될 예정인 국내경기 관련 지표는 없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5일 내놓는 '그린북(경제동향)'은 최근 경기가 심상찮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8~9월 들어 산업생산과 물가지표 흐름이 크게 달라지는 양상이어서 정부의 종합판단이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다.

물론 정부는 각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8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0개월 만에 감소하고 동행지수가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마감한 것을 두고 자동차업계의 라인 보수 · 교체에 따른 일시적 생산 감소의 영향이라고 했고,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6% 상승(전년 동월 대비)한 것은 채소 등 농산물 가격 급등 때문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산업생산 등 경기 둔화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하반기 들어 재정여력 감소와 선진국 경기 둔화 움직임 등으로 경기 둔화세는 갈수록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 공급 부족이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고 가공식품과 서비스요금 등으로 가격 오름세가 확산될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금리정책 등 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부터는 주요 경제부처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복지예산을 확대 편성한 내년 예산안과 부분 증세를 담은 내년 세제개편안,4대강 사업 등을 놓고 여 · 야는 물론 정부와 국회 간 공방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주 '9월 말 외환보유액'(4일),'8월 중 통화 및 유동성'(7일)을 발표한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