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배추 밭떼기 가격 벌써 3배] "배추값이 미쳤는갑소…김장철에도 5000원 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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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재배단지 해남 가보니
10월 중순 지나야 물량공백 해소
파종 늦어 추위 빨리 오면 큰일…김장 12월 말로 늦추면 저렴
"미쳤는갑소.올해처럼 배추값이 뛴 건 난생 처음이요. "
전남 해남에서 김장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최재문씨(53 · 해남군 화원면 마산리)는 배추값이 급등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배추값이 치솟으면서 김장 · 월동배추의 밭떼기 가격도 작년보다 3배 넘게 급등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해남의 작황은 나쁘지 않다. 파종도 지난달 중순 정상적으로 이뤄져 오는 11월 말부터 출하될 예정이다. 해남 화원농협의 박대도 구매팀장은 "현재 날씨가 썩 좋지는 않지만 배추 키우기엔 나쁘진 않다"며 "앞으로 날씨가 좋으면 작황은 괜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추값이 오르면서 10월 말 출하 예정으로 한창 밭에서 자라고 있는 배추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해남은 물론 충남 · 전북 지역의 김장배추 밭떼기 가격도 1000평당 1200만~1300만원 수준이다. 이 배추가 소비자에게 팔릴 때는 산지유통인과 도매시장,중도매인,소매상 등 통상 4단계를 거치며 작업비,물류비,마진 등이 포함돼 5000원 선에 팔릴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충남 서산의 운산농협 판매계 이재형 대리는 "밭떼기 가격이 지난해의 3배 수준으로 올랐다"며 "수확 물량도 더 줄어들 것 같고 물류비 등을 감안하면 서울에선 포기당 5000원 정도에 팔릴 것"으로 내다봤다.
밭떼기 물량은 전국 소비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전국 배추의 70~80%가 산지유통인의 밭떼기 거래를 통해 도매시장 등으로 넘어가고 20%가량은 생산자단체를 통해 대형 유통업체와 대량수요처 등에 판매된다"고 설명했다. 김장배추의 출하량을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다. 충남 지역의 가을배추 파종은 잦은 비로 예년보다 열흘가량 늦춰져 지난달 중순 마감됐다. 운산농협의 이 대리는 "파종이 늦은 만큼 추위가 좀 늦게 와야 작황이 좋을 텐데 지난달 말부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어 작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협 하나로클럽 서울 양재점의 배추 한 포기 가격은 지난달 하순 1만3600원까지 치솟았다가 현재 7700원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배추값 급등세는 7월 말~10월 중순까지 배추 공급을 담당해온 강원도 지역(고랭지 · 준고랭지)이 잦은 비 등 이상기후로 피해를 입은 데 따른 것이다. 매년 9월 하순까지 출하해온 고랭지 배추는 작황 부진으로 추석 전에 조기 출하됐고,예년이면 지난달 중순부터 출하돼야 할 준고랭지 배추는 열흘~보름 정도 출하가 늦춰져 시장에 물량 공백이 생겼다. 이런 물량 공백은 충남,전북의 가을배추(김장배추)와 전남 해남의 겨울배추(월동배추)가 나와야 해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은 이달 중순부터 강원도 준고랭지 배추와 충남,전북의 가을배추가 함께 출하되면 가격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관측했다. 강호성 농협중앙회 채소팀장은 "겨울배추 작황은 향후 날씨에 달렸다"며 "현재 김장철을 지나 나오는 물량은 상당할 것으로 집계되는 만큼 김장철에 배추값이 오를 경우 김장시기를 12월 말로 늦추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남=최성국/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