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의 IT 이야기] 페이스북 영화도 대박…'소셜 바람' 거세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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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비화 다룬 '소셜 네트워크', 美개봉 첫 주말 2300만弗 수입
페이스북 벤치마킹 전세계 확산
2004년 미국 하버드 대학생 마크 주커버그(26)가 설립해 세계 최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사업자가 된 페이스북.이 신생기업의 창업과정을 다룬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영화평론가들의 극찬 속에 지난 1일 미국에서 개봉돼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화 '소셜 네트워크'는 개봉 첫 주말에 2300만달러 흥행수입을 올렸다. 제작비 4000만달러의 절반이 넘고 소니픽처스가 예상했던 2000만달러보다 많다. 5억명이 넘는 페이스북 가입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 영화를 볼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연말까지 상당한 바람을 일으키며 페이스북을 알리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 이 영화는 페이스북 창업 비화를 다루고 있다. 주커버그가 친구들의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혐의로 소송을 당하는 게 줄거리다. 이 영화를 관람했다는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편집광적이고 내성적인 천재 대학생이 펼치는 사랑과 우정,음모와 배신 등을 다룬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주커버그는 최근 포브스에 의해 미국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스티브 잡스를 제치고 빌 게이츠에 이어 부자 순위 2위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소셜 네트워크' 스토리가 자신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했는지 최근 뉴저지 공립학교 지원비로 1억달러를 기부했고 영화 개봉 후에는 '픽션'일 뿐이라며 영화 내용에 대해 언급을 피했다.
인터넷 산업 측면에서 보면 페이스북은 이미 세계 인터넷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페이스북이 등장하기 전에 세계 최대 인터넷 포털로서 위세를 떨쳤던 야후는 수년 전부터 페이스북 벤치마킹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셜 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 외부 플랫폼과도 연동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이 앞다퉈 페이스북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네이버는 12월 중 페이스북을 닮은 '네이버Me' 서비스를 시작한다. '구독하기''미투하기(추천)'를 할 수 있고 '친구신청'을 통해 인맥을 넓힐 수 있다. 다음은 1일 '오픈 소셜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발표했고 이달 중 '다음프로필' 서비스를 내놓는다.
페이스북을 가장 꺼리는 사업자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로 2500만 가입자를 끌어모은 SK커뮤니케이션즈(네이트)다. 이 회사는 최근 'C로그'라는 새로운 소셜 플랫폼을 내놓았다. 기능은 '모아보기'와 '노트'가 전부다. '모아보기'에서는 일촌 · 팬이 올린 글 · 사진을 보거나 근황을 파악할 수 있고 '노트'에는 글이나 사진을 올릴 수 있다. 페이스북의 '홈''담벼락''노트'와 비슷하다. 페이스북은 트래픽에서 이미 구글을 추월했다. 프라이버시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내년 말이나 내후년이면 가입자가 10억명에 달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페이스북을 다룬 영화가 개봉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트위터에서는 '기대된다''꼭 봐야겠다'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한국도 점점 페이스북 영향권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