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abal HR Forum 2010] 한겨울에도 진흙탕서 씨름…'體德智' 교육으로 英총리 19명 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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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년 역사' 英 이튼 칼리지지난 5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당수가 총리에 오르면서 영국의 한 학교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캐머런 총리까지 총 19명의 총리를 배출한 영국의 대표적 사립학교인 이튼 칼리지(Eton College)다. 이튼 칼리지는 1440년 설립된 뒤 영국의 모든 중 · 고교를 통틀어 가장 많은 총리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영국 정 · 관 · 산 · 학계를 주름잡는 인사들을 길러냈다.
졸업생 30% 옥스포드 등 명문대 진학
최고 인재 키우되 이기적 엘리트 경계
전원 기숙사 생활…자립성 키워
경제학자 존 케인스·소설가 조지 오웰…세계적 대가 이튼 칼리지 출신
◆"공적인 일에는 용기있게 대처하라""남의 약점을 이용하지 마라.약자를 깔보지 마라.잘난 체하지 마라.공적인 일에는 용기있게 대처하라." 이튼 칼리지의 교훈이다. 15세기 영국의 왕이었던 헨리 6세가 세운 이튼 칼리지는 영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깊은 남자 사립 기숙학교다. 재학생은 1300여명이며 학생 대 교사 비율을 10 대 1로 유지하고 있다. 매년 졸업생의 3분의 1이 영국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 등 명문대에 진학하고 있다.
이튼 칼리지는 국가를 이끌어갈 엘리트를 배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만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엘리트주의'는 엄격하게 배격한다.
◆지덕체가 아닌 체덕지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2008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특별강연을 하면서 우수 교육의 사례로 이튼 칼리지를 꼽았다. 정 전 총리는 "한겨울에 방문한 이튼 칼리지에선 학생들이 반바지만 입은 채 차가운 진흙탕에서 씨름을 하고 있었다"며 "'이것이 이튼이 미래 지도자들을 기르는 방식'이라고 말했던 한 교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흔히 쓰이는 '지덕체(智德體)'라는 말과 달리 이튼 칼리지는 '체덕지'를 교육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19세기 말 스포츠를 교육에 받아들인 이튼 칼리지는 당시 '하루에 한 번,그리고 공휴일에 두 번 축구 경기를 하지 않은 학생은 벌금을 물어야 하고 매를 맞는다'는 공문을 학교 게시판에 붙이기도 했다.
◆학생에게 자립심 길러줘야이튼 재학생들은 모두 학교에서 제공하는 자신의 방에서 혼자 생활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법을 배운다. 학생 스스로 자신의 흥미와 목적을 찾을 시간을 준다면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게 이튼의 교육철학이다.
이튼 칼리지에서는 대부분 교과에서 수준별 수업을 진행한다. 똑똑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같은 교실에서 수업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게 학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수학의 경우 14개 수준별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이튼 칼리지는 학교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학교는 일반 학생의 입학을 관리하는 곳과는 별도로 저소득층 학생만을 위한 상담요원을 두고 있다. 또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해 외부 기부를 받아 펀드를 운영하고 있으며,펀드를 통해 20%의 학생들이 학비를 지원받는다. ◆엘리트 배출의 산실
이튼 칼리지는 영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움직이는 엘리트를 꾸준히 배출해 왔다. 경제 분야에서는 20세기 대표적인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인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들 수 있다. 1897년부터 1902년까지 이튼 칼리지를 다녔던 케인스는 재학 시절 수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정치 분야에서도 이튼의 학맥은 화려하다. 영국 초대 총리인 로버트 월폴을 비롯해 앤서니 이든,윌리엄 글래드스턴,해럴드 맥밀런에 이어 데이비드 캐머런 현 영국 총리 등을 배출했다. 이튼 출신 중에는 우화 '동물농장'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 등 세계적인 소설가도 있다. 소설 '멋진 신세계'의 작가 올더스 헉슬리와 첩보영화'007시리즈'의 원작자인 추리소설가 이안 플레밍도 이튼 동문들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