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끝선 법칙’과 ‘핀볼 효과’로 본 2011년 주가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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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지난달 9일부터 17일까지 맨해든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 패션 위크'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뜬금없이 패션행사 얘기냐 할지 모르겠지만, 증시를 예측할 때 사용되는 법칙 중 ‘치마끝선 법칙(hemline theory)'이 있다.
각종 패션행사 무대에 선 여성 모델의 치마 끝선 길이가 짧으면 증시 앞날이 밝다는 일종의 참고지표다.
특히 매년 열리는 뉴욕 패션 위크가 월가 뿐 아니라 세계 증시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볼 재테크 상식이 있다. 돈이 되는 정보란 남과 공유된 것이 아니라 차별돼야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인터넷상에서 얻은 정보를 믿고 주식과 부동산을 투자하면 큰 돈을 벌지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정보든 인터넷에 한번 게재되면 그 즉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즉, 경제학 전공자나 재테크 지식으로 무장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유명한 일화를 들어보자. 1990년대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 총수가 연말연시에 계열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물어본 적이 있다.
당시 회장의 질문에 종업원들은 두 부류로 나뉘었다고 한다.
평소 경제나 주식에 많은 관심이 있던 한 부류는 "예측기관들에서 올해 몇 %에서 내년 성장률을 몇 %로 전망한 것으로 보아 앞으로 경기가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현 시점과 비교하면 국내 예측기관이 올해 5% 후반에서 내년에는 4%대 후반으로 전망한 것으로 내다보아 경기둔화가 예상된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 다른 부류는 경제나 주식 투자에 그다지 관심이 없던 직원들로 한참을 생각하더니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소 고객들의 성향을 데이터베이스(DB)해 놓은 자료를 토대로 볼 때, 현재는 과거 경기가 안좋아질 때와 현상과 비슷해 앞으로 경기가 둔화가 될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CEO 입장에서는 두 부류 중 어떤 대답을 원했을까.
분명한 것은 직원의 경제지식을 알아보거나 당황하게 만들기 위해 그런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의 일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런 질문을 했을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필요한 경기를 파악하는 안목도 자신의 일에 충실해 그 경험을 바탕으로 남과 구별되게 분석할 때 더 유용하다.
정보를 공유하면 돈이 될 확률이 적은 증시를 비롯한 재테크 시장에서는 예측기관들이 발표한 전망치를 토대로 경기를 보면 외형상으로는 그럴 듯하고 유식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예측기관들의 전망치는 발표되자마자 매스컴을 통해 누구나 알게 되고, 이 정보를 이용해 재테크를 하게 되면 평균수준 이상의 큰 돈을 벌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
재테크에 필요한 경제안목은 경제학자들이 보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계량적인 예측기법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일을 경기와 연관시켜 애착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당시 대기업 총수는 자신의 업무를 바탕으로 대답한 사람들을 특별 승진까지 시켰다고 한다.
재테크 시장에서는 전망기관들의 예측은 물론 '치마끝선 법칙'과 같은 경기와 주가를 보는 본인만의 참고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와 같이 슈퍼 자본주의 시대일수록 자신이 속한 직장에서의 성공이 부자가 되는 지름길인 동시에 재테크를 잘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올 뉴욕 패션 위크에서 모델들이 입고 나온 치마 길이가 전반적으로 짧아졌다면, 내년에도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밝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행사명인 '리치 리치 2011년 봄ㆍ여름 컬렉션'이었듯 그간 금융위기로 고생한 모든 투자자들이 내년에는 주식투자를 비롯한 각종 재테크에서 성공을 거두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래서인지 최근 월가에서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사라졌던 '핀볼 효과(Pinball Effect)'라는 용어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핀볼 효과란 사소한 사건이나 물건이 도미노처럼 연결되어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 내는 현상으로, 증시에 적용한다면 각각의 볼링에 해당하는 주가결정요인인 경제성장과 경기순환, 금리 혹은 국제유동성, 기업실적, 투자자 심리 등이 2011년에는 우호적으로 예상돼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증시의 가장 큰 볼링 핀에 해당하는 세계경기가 내년에 연착륙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설령 내년에 세계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잠재수준으로 안착돼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적으로도 증시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국면은 세계경기가 연착륙이 될 때 나타났다.
세계경제가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때에는 경기과열과 인플레, 금리인상 부담 등으로 실제 주가상승률이 높지 않으나, 연착륙 국면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게 되어 증시의 수급여건이 어느 정도만 받쳐주면 주가가 크게 올랐다.
내년에 세계경제 성장률이 낮아진다 하더라도 경기순환상으로 보면 주가흐름에 유리한 분기별 성장률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영향력이 재입증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기선행지수가 올해 말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볼링 핀인 유동성의 경우, 현 수준에서 더 위축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 세계평균금리는 적정금리를 따지는 테일러 준칙이나 피셔 공식을 토대로 볼 때 아주 낮은 수준이다. 오히려 출구전략을 추진하다가 퇴조한 점을 감안하면 양적인 면에서는 올해보다 더 좋을 수 있다.
내년에 출구전략 추진과 금리인상 여부의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할 농산물 등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한다 하더라도 글로벌화의 진전으로 모든 상품의 공급과잉에 이뤄지는 상황에서는 가격파괴 혹은 가격인하 경쟁으로 세계물가가 크게 오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른바 '월마트 효과'다.
미시적인 측면에서 기업실적은 증강현실과 통합융합 업종이 주도하는 시대에서는 업종 별로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전통적인 제조업과 달리 이들 업종은 네트워크를 깔면 깔수록 생산성 증대와 비용절감, 기업이윤이 증대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새롭게 부상되는 산업도 있다. 그 중에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알파 라이징' 업종이다. 현존하는 기업 이외의 측면에서 '알파'가 위기 이후 적용될 새로운 평가잣대에 따라 부각된다는 라이징(rising)이 합성됐다.
이에 따라 미래 트렌드와 관련, 현재 연구·개발 중인 새로운 상품을 찾기에 분주하다. '알파 라이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업종으로는 △주인을 알아보는 카드 △건강을 가져다주는 바이러스 △기름을 먹고사는 박테리아 △자전거 교통 천국 '벨로벤트(Velovent)' △어떤 연료든 다 쓸 수 있는 자동차 등이다.
또한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즉 BOP(business of the economic pyramid)관련 업종도 주목받고 있다.
BOP계층은 세계 인구의 약 72%, 40억명에 이르며 시장규모도 약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대시장으로, BOP계층은 중간소득 계층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넥스트 볼륨 존(next volume zone)', '넥스트 마켓(next market)'으로 불리며 글로벌 기업일수록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밖에 각각의 볼링 핀을 연결하는 투자자들의 증시를 보는 시각도 비교적 밝은 편이다.
내년 증시를 바라보는 월가 시장참여자 간의 최대 관심사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대로 2차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인가 여부다. 국내 증권사들도 내년에는 코스피 지수가 최소한 2000선대 정착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늘고 있다.
앞으로 대내외 증시를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사라졌던 핀볼 효과가 부활한다면 2011년 대내외 주가는 의외로 크게 오를 가능성이 높을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