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석달새 10% 급락…수출기업 채산성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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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120원 붕괴 눈앞원 · 달러 환율이 4일 지난 주말보다 8원10전 내린 1122원3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지난 5월26일(1253원30전) 이후 3개월여 만에 10.5% 떨어졌다. 1600원 가까이 치솟았던 작년 3월6일(1597원)에 비해서는 30%나 급락했다. 예상치 못한 급락세에 자동차 전자 등 완제품 수출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대기업 A사 재무담당 임원은 "환율 하락을 점치긴 했지만 원화 절상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며 "작년만 해도 원화의 나홀로 약세 덕분에 수출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허니문'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수출 전문기업인 B사 대표는 "1달러짜리 상품을 팔아 1600원을 손에 쥐다 1년여 만에 1100원밖에 못 버는 구조가 됐다"며 "지금처럼 원화 강세에 국제 원자재 가격마저 오름세를 보이면 달러 표시 수출 상품값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고(高)' 덕분에 한국 수출기업들이 누렸던 상대적 이점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선희 KOTRA 통상조사처장은 "일본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이상 엔고로 고생해 아웃소싱 확대,지산지소(地産地消 ·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에서 소비) 등 대처 전략을 짜왔다"며 "이에 비해 한국은 원고(高) 시대에 대한 전략이 미흡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완제품은 해외에서 조립하고,국내에서는 핵심 부품과 소재를 수출하는 식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해야 환율 변동에 따른 충격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으로 관건은 주변 경쟁국의 환율 추이다. 박부규 한국무역협회 통상전략실장은 "위안화와 엔화 가치도 상승 추세여서 원고(高)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라며 "원화가 나홀로 강세로 진전하면 수출 산업에 큰 타격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 상승 랠리가 본격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형중 우리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시중에 달러가 넘쳐나는 데다 G20 의장국 입장에서 적극적인 환율 방어 정책을 쓰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