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함께] 티피케이‥美ㆍ英ㆍ獨 제친 배 이송기술…파키스탄서 140억원 수주


부산 재송동에 있는 티피케이(대표 정영규)는 최근 파키스탄 해군기지에 4500t급 군함을 들어올려 정비공장으로 이동시킬 수 있는 십리프트와 이송설비를 1220만달러(약 140억원)에 수주했다고 6일 밝혔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해군기지용 십리프트 및 이송설비 시장에서 국내 중소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기는 이 회사가 유일하다.

티피케이는 영국의 싱크로리프트,독일의 렉스로스와 브롤,미국의 바덱스 등과 사업권을 놓고 글로벌 현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세계 5대 기업에 속한다. 전 세계 해군기지의 십리프트 및 이송설비 연간시장은 약 4000억원대다. 정영규 대표는 "파키스탄 해군기지 사업도 처음엔 글로벌 기업들과 경합을 벌였지만 기술력과 가격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아 파키스탄 국영조선소인 카라치조선소로부터 수의계약으로 사업권을 따냈다"고 소개했다. 파키스탄 최대도시인 카라치 해군기지에 들어설 십리프트 및 이송설비는 올 연말까지 설계작업을 끝내고 내년 1월 착공에 들어가 2012년 말 완공된다. 십리프트는 유압기술을 활용해 플랫폼(폭 32m,길이 125m)을 바닷속으로 내려보내 군함이 플랫폼 위에 안착하면 수상으로 들어올린 뒤 이송설비를 이용해 육상에서 정비공장까지 안정하게 이송해 주는 설비다. 정 대표는 "엄청난 무게의 군함을 들어올리고 이송해야 하기 때문에 시공과 운행의 안정성이 중요하다"며 "우리 회사는 설계 생산 설치 시운전 등 전 공정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 짧은 역사에도 불구,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유압전문 외국회사에 다니던 정 대표가 1994년 창업했다. 초기에는 유압기술로 권양장치(들어올리는 장치) 대차시스템(이송레일장비) 등 부품을 만들어 해외에 팔아왔다. 또 에너지를 최대 50%까지 절감할 수 있는 수문개폐용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를 만들어 새만금현장에 공급하면서 기술력을 다져왔다. 이 당시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알아주지도 않는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은 2006년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조선소인 두바이월드로부터 선박 및 해양구조물의 이송시스템을 수주(약 38억원)하면서 해외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착공 1년여 만인 2007년 말 완공한 이 공사는 독일 네덜란드 등 해외 4개 기업이 제안서를 냈지만 기술평가심사에 통과한 기업은 티피케이뿐이었다는 것.정 대표는 "지반이 약한 모래 위에서 수천t급의 배를 이송시키기 위해서는 고난이도의 토목공사가 필요했는데 우리 회사는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저렴한 비용으로 짧은 기간에 공사를 마칠 수 있는 기술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공사 이후 티피케이는 해외수주가 잇따르기 시작했다. 2008년 초에는 부루나이 정부로부터 무아라해군기지에 들어설 3700t급 십리프트 및 이송시스템을 163억원에 수주했다. 이 공사는 독일 영국 등 3개 기업과 국제경합을 벌여 따냈다. 무아라해군기지는 지난해 5월 착공해 지난 5월 완공,운영에 들어갔다. 정 대표는 "잘 알려지지도 않은 중소기업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입찰을 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했다"며 "공사 과정에서 한치의 실수도 하지 않기 위해 공사기간의 3분의 1은 현장에서 살다시피하며 진두지휘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턴키로 수주를 받은 실적이 몇 곳 안되지만 완벽한 시공으로 인정을 받아 최근 파키스탄 해군기지 사업도 수의계약으로 따내는 성과를 갖게 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다른 회사와 차별화된 기술 때문이다. 바닷속에서 군함의 하중을 실시간 측정해 균형을 잡아줌으로써 보다 안전하게 수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와이어의 장력만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정확한 하중 측정이 안돼 군함이 기우뚱거리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는 것.

정 대표는 "그동안 국내는 외국기업이 공사를 도맡아 해왔지만 이제는 그동안 해외에서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 해군기지의 십리프트 및 이송시스템 사업에 본격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이미 해외 수주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매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내년에는 파키스탄 브루나이 등 해외수주 사업의 본격화로 250억원의 매출이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