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로 뛰는 기업들] 한국전력, 원전 수출ㆍ탄소배출권 확보…'석유없이 사는 미래' 준비

한국전력은 본사 기술본부 내 녹색성장팀과 특허팀을 신설,조직역량을 강화하고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 등 8대 녹색기술 과제를 선정해 집중 육성하고 있다. 한전은 단순히 전기요금을 거둬 투자를 하고 수익을 내는 수동적인 경영방식에서 벗어나 △한국형 원전수출 △해외발전소 건설 △녹색에너지 기술개발 등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는 신사업 전략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김쌍수 한전 사장은 "2050년이 되면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올 것"이라며 "원자력발전과 신 · 재생에너지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 공급망 구축이 한전이 구상하고 있는 미래 청사진"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그리드 사업 본격 시동지능형 전력망으로 불리는 스마트 그리드는 한전이 계획하고 있는 그린 유토피아 사회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인프라다. 스마트 그리드는 전기를 공급하는 기존 전력망에 첨단 IT(정보기술)를 더한 신(新) 네트워크로,전력 공급자와 소비자 간 실시간 정보교환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하게 된다.

한전은 제주 실증단지 등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해 2015년에는 9000억원,2020년에는 3조5000억원의 매출을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거둔다는 전략을 세웠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그리드 시장이 초기 형성 단계인 만큼 제주 실증단지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 수출할 방침이다.

한전은 지난 1월 호주 퀸즐랜드 전력 배전회사인 에르곤 에너지와 호주 연방정부의 스마트 그리드 시범사업 입찰 및 사업 공동참여를 위한 시행합의서(IA)를 체결하고 입찰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시스템의 수출에 시동을 걸었다. ◆해외사업 다각화 추진

한전은 국내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해외로 사업을 확장해 가고 있다. 화력발전소 건설 중심에서 원자력,수력,신 · 재생에너지 분야로 해외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기존 진출 지역 외에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전략 거점을 넓혀가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달러(약 47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수주전에서 쟁쟁한 경쟁자인 프랑스와 미국 · 일본 컨소시엄을 제쳤다. 수주 규모 400억달러는 건국 이래 사상 최대 규모의 플랜트 수출이다. 터키,인도와도 원전 수출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풍력사업 등 해외 신 · 재생에너지 사업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전은 2004년 중국 대당집단공사와 추진한 내몽골 1단계 풍력발전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내몽골 647㎿,감숙성 99㎿ 등 총 설비용량 746㎿에 달하는 풍력사업을 진행하며 중국 내 최대 외국 풍력발전사업자로 올라섰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해 유연탄과 우라늄의 자주개발률도 끌어올릴 방침이다.

◆CDM 사업 확대녹색기술 개발은 미래 신성장 전략의 또 다른 한 축이다. 한전은 석탄가스화 복합발전(IGCC),발전용 연료전지,투명 태양전지 등 중점 개발 분야를 선정하고 2020년까지 녹색기술 개발 투자비를 1조6216억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작년 R&D 투자비(2326억원)보다 7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녹색기술 매출도 지난 해 2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4조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탄소배출권(CDM) 사업도 적극 추진 중이다. 한전은 중국 6개 지역에서 추진 중인 9개의 풍력발전 사업 등 17개 CDM 사업이 모두 유엔 CDM 사업 항목에 공식 등록되면서 연간 52만t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

한전 측은 중국 내 풍력발전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탄소배출권 규모를 73만t까지 늘리고 탄소배출권 판매수익도 연간 900만달러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2008년 11월부터 추진하고 있는 송 · 배전설비 CDM 사업의 UN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성공 시에는 연간 263만t의 탄소배출권과 470억원의 탄소배출권 판매수익을 올릴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