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3차 환율大戰] 2차 양적완화…2조달러 더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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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열린 돈주머니미국 일본에 이어 유로지역과 영국까지 2차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 등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것을 말한다.
1차 땐 정부ㆍ중앙銀 공조…美ㆍ유로ㆍ日ㆍ英, 4조弗 풀어
2차 땐 중앙銀만 고군분투…자산가격 거품 우려 목소리도
일본은행(BOJ)을 제외한 미국 유로지역 영국 등의 중앙은행은 아직까지 추가 양적완화의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이들 중앙은행이 푼 4조달러의 절반 정도가 2차 양적완화 과정에서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1차 땐 정부 · 중앙은행 공동 대응
2008년 9월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인 뉴욕 시장이 마비 상태에 빠져들었다. 주택담보대출을 기초로 한 모기지채권이나 기업이 발행한 어음(CP),회사채는 물론 국채까지도 거래가 제대로 안 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조원을 투입해 주택저당증권(MBS)과 정부보증회사채를 사들였다. 또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만들어 7000억달러를 금융회사 자본 확충 및 자동차업계 지원 등에 사용했다. 이후 MBS 상환액 등을 국채를 사들이는 데 투입했다. 이렇게 FRB가 지난해 말까지 쏟아부은 자금은 2조달러를 웃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영국중앙은행(BOE) 일본은행 등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각각 자금 투입 규모를 보면 ECB 6724억유로,BOE 2231억파운드,일본은행 60조엔 등이다. 현재 환율을 기준으로 미 달러로 환산한 금액은 ECB 9279억달러,BOE 3547억달러,일본은행 7228억달러다. 미국과 합산하면 총 4조635억달러다.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 조치와 함께 각국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집행했다. 미국 9110억달러,영국 200억파운드,독일 1100억유로,일본 40조엔 등이다. 중앙은행과 정부의 적극적인 자금 투입에 힘입어 '100년에 한번 올까말까 한 심각한 금융위기'(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는 지난해 2분기부터 진정되기 시작했다.
◆달러 방출이 엔화 강세 부채질각국의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 올해 4월 말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 이른바 PIGS 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져 나왔다.
그리스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1.3배에 이르렀다.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국채가 투자자들로부터 불신받기 시작했다. 재정적자 문제는 선진국 전체로 확산됐다. 급기야 6월 캐나다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재정적자를 절반으로 감축하는 방안이 마련되기에 이르렀다.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을 줄이자 이번엔 경기가 다시 문제가 됐다. 미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1.7%로 1분기 3.7%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지난해 3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것이란 더블딥(경기 일시 회복 후 재침체) 우려가 커졌다. 기댈 곳은 이제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밖에 남지 않았다. FRB는 8월11일 추가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지난 4일 추가 자산 매입을 강하게 시사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2차 양적완화 규모가 1조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차 양적완화가 의미를 가지려면 1차의 절반은 돼야 한다는 게 현재 월가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FRB의 달러 방출은 일본의 엔화 강세를 부채질했다. 일본은행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최근 5조엔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ECB와 BOE도 각각 4200억유로와 2000억파운드 규모의 양적완화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월가는 보고 있다.
◆중앙은행이 최대 기관투자가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주요 선진국의 채권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이 장기채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금기시되는 정책이었다. 중앙은행이 채권시장에서 최대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국채 금리는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2.5%에도 미치지 못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공급한 유동성이 소비와 투자,기업활동 등으로 흘러들어가길 기대하고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채권시장에서 맴돌고 있다.
노진영 한은 해외조사실 과장은 "중앙은행이 푼 돈이 실물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반면 금융시장에선 즉각적인 영향이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각국의 주가와 채권값이 급등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자산가격 상승→소비 증가→투자 증가→생산 증가 등의 선순환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인플레이션이 당장 문제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1차와 2차 양적완화를 합해 푸는 돈이 6조달러에 이른다. 시중에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자산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외국 자본이 물밀듯 들어오는 신흥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우려가 선진국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외국자본의 급작스러운 유출입은 한국으로선 엄청난 부담인 만큼 정부가 적절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