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플라자] 예산심의 '공정 리더십' 발휘하길

체질 강화·양극화 대처 급선무
세출 줄이고 포퓰리즘 경계를
올해보다 16조8000억원 늘어난 309조6000억원으로 나라살림을 짠 2011년도 예산안이 이달 초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에 제출됐다.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악화된 재정의 건전성을 회복하면서 동시에 서민에게 희망을 주고 미래의 성장기반을 확충하는 데 필요한 지출소요를 차질없이 지원하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빠르게 성공적으로 극복했지만 경기회복과 더불어 여러 문제들에 직면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새로운 현상 속에서 청년실업 등 일자리 문제가 핵심 현안으로 대두하고 있으며 경제위기 과정에서 고통받아온 취약계층 보호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또한 경제성장의 온기를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으로 확산시켜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청된다. 단순히 소외계층 보호라는 차원을 넘어서 우리 사회 및 경제의 뿌리를 튼튼히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서 우리 재정운용의 기본 전제를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악화된 재정건전성 회복에 두고 있는 것은 적절하다. 앞서 제기한 다양한 정책과제들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안정적인 재정여건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비록 우리 재정상황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한계를 반영해 불확실하게 전개되는 국제경제 환경변화 등에 대처할 수 있는 재정능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들은 재정준칙을 도입하고 연차별 수지개선 목표치를 제시하는 등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제반 노력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주요 20개국(G20)도 캐나다 정상회의를 통해 2014년까지 재정수지 적자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데 합의했다. 우리도 지출증가율을 수입증가율보다 2~3%포인트 낮게 억제함으로써 2014년까지 관리대상수지를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또 내년에도 총수입 증가율은 8.2%인 반면 총지출 증가율을 5.7%로 낮게 책정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 개선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수입을 확보하고 지출을 억제하기 위한 지속적인 정책노력이다. 현재 제시된 계획에 따르면 경상성장률에 대비한 국세수입 탄성치는 연평균 1.1 정도로 계산되고 있는데,이는 비과세 · 감면 축소,과표양성화 등 세입확충을 위한 정책 노력이 적정하게 이뤄진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다. 세출 측면에서도 재정사업들에 대한 성과평가 등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은 단순히 세출을 삭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정말 필요한 부분에 재원을 투입함으로써 우리 경제 전체의 활력을 높인다는 시각에서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정책들의 중장기적 재정영향에 대한 고려도 보다 확실하게 이뤄져야 한다. 특히 한번 도입되면 줄이거나 폐지가 어려운 항구적 성격의 경직적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 도입단계에서부터 미래 재정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예산은 우리 사회와 경제의 제반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정책 의지의 표현이다. 경제위기 극복이 최우선 과제로 대두했던 지난 몇 년간에 비해 보다 다양한 정책목표들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간 조화가 어느때보다 필요하다. 예산은 다양한 분야와 계층들의 서로 다른 이해와 요구를 조화롭게 담아야 한다. 당장의 인기를 노리고 특정 세력을 끌어안기 위해 예산으로 생색을 내는 포퓰리즘적 사고로 접근할 경우 결국 그 후유증은 국민한테 돌아온다. 공정의 리더십이 예산을 통해서도 실현돼야 할 것이다.

원윤희 < 한국조세연구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