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ㆍ스마트 주거 혁명-국내] 유비쿼터스를 넘어서…송도·세종시 '생각하는 도시' 개발 추진

신호등 센서와 연동되는 승용차…다가서면 점점 밝아지는 가로등
학교엔 종이책 대신 태블릿PC…"도시경쟁력이 곧 국가경쟁력"

2020년 10월12일 오전 6시.잠에서 막 깨어난 김가능 차장은 거실 인공지능 거울 앞에 섰다. 몸무게 · 키 · 체지방 정도가 스캐닝돼 거울에 도표로 나타났다. "김 차장님 요즘 체지방이 좀 느셨네요. 30분 정도 뛰시는 게 건강과 환경을 위해서 좋을 것 같군요. "

헬스매니저(health manager)의 권고에 따라 김 차장은 가상운동기(virtual exercise)로 이동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뉴사우스웨일스대(UNSW)를 클릭하자 눈 앞에 아름다운 캠퍼스가 펼쳐졌다. 김 차장은 호주 유학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캠퍼스 주변을 뛰기 시작했다. 가상운동기에서의 30분간 운동은 전기에너지로 축적됐다. 날이 흐려 주택 외부에 설치한 태양광 전열판이 가동을 못하면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된다.

운동을 마친 뒤 샤워를 하고,서재에 들어섰다. 벽면 가득 쌓여 있던 책장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한국경제신문을 '클릭'하자 스크린에 신문이 펼쳐졌다. 부동산면을 둘러보니 국내 한 부동산 개발업체가 백두산에 골프장과 콘도를 개발한다는 기사가 실렸다. 관련 기사를 손가락으로 '터치'하자 골프장 조감도와 콘도 설계도,분양가 등 세부적인 내용이 동영상으로 소개됐다.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옷장을 열자 인공지능 시스템이 작동했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날씨와 유행하는 패션 트렌드 등에 맞춰 양복과 넥타이를 추천했다. 집을 나선 김 차장은 풍력으로 작동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지하 주차장에 도착하는 순간 김 차장의 전기차가 시동을 걸었다. 회사로 가는 중 횡단보도에서 노숙자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다. 다행히 차량과 신호등의 자동센서가 동시에 작동해 사고를 막았다. 횡단보도에 파란등이 켜지는 동시에 차가 멈춰섰기 때문이다. 작년에 개발된 신형 가로등에는 인공지능 기능이 내장돼 있다. 사람과 동물이 다가가면 저절로 켜진다.

가로등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날씨 등 간단한 생활정보는 물론 뉴스 속보가 실시간으로 흘러 나왔다. 김 차장은 회사 앞 주차장 입구에 차를 멈췄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동 주차 시스템이 작동했다.

오후 6시 업무를 마친 김 차장은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식사를 하면서 소주 반 병을 마셨다. 친구와 헤어진 뒤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술을 마시면 운전대를 잡을 수 없어서다. 차량이 운전자의 호흡과 동공 등을 체크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자동으로 시동장치를 제어하기 때문이다.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안내판은 앞 정거장을 출발한 버스가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버스에 남아 있는 빈 좌석 수 등을 알려주고 있었다. 김 차장은 목적지를 검색하고 요금 안내도 받았다. 안내판 옆에 있는 쇼핑윈도 앞으로 이동했다. 며칠 후면 막내 아들 형민이의 생일이라는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능형 광고판을 통해 그림책을 선택하고 휴대폰으로 결제했다.

버스 안에서 형민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를 지나가던 김 차장은 1970~1980년대 자신이 생활했던 '콩나물 교실'을 생각하며 상념에 빠졌다. 세상이 변해도 너무 빨리 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학생들은 교과서와 참고서가 없다. 책과 공책 대신 휴대용 무선 PC로 수업을 한다.

과거에는 책에 인쇄된 사진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것들도 지금은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PC에 있는 독립기념관 사진을 누르면 동영상과 3D 입체영상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외국어 수업은 현지인들이 담당한다. 중국어 수업은 베이징에 살고 있는 선생님이 맡고 있다. 선생님은 교실에 설치된 첨단 정보통신 기기들을 통해 학생들의 행동을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살필 수 있다.

김 차장의 일과는 결코 가상의 드라마가 아니다. 이르면 2020년이면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른바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그린 기술이 도시와 합쳐진 '그린 · 스마트 시티(green · smart city)'의 모습이다.

국토해양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38개 지방자치단체가 52개 지구에서 '그린 · 스마트 시티'를 추진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세종시 등은 도시설계 단계에서부터 이런 개념이 포함됐다.

'그린 · 스마트 시티'가 구축되면 주민들은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로 가동되는 정보통신 기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교통과 안전,교육,의료,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의 삶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을 '그린 · 스마트 시티'는 관련 산업 파급 및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

외국에서도 도시개발의 대세가 '그린 · 스마트 시티'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도시개발 초기 단계부터 친환경적이고 첨단 도시 기능을 갖춘 '그린 · 스마트 시티'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김호철 단국대 도시계획 및 부동산학과 교수는 "국가의 경쟁력은 도시 경쟁력으로 나타난다"며 "첨단 정보통신 기술과 그린 기술이 어우러지는 '그린 · 스마트 시티' 구축에 세계 각국이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차세대 기술과 공간구조의 혁신을 이룰 '그린 · 스마트 시티' 구축 수준이야말로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