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환율전쟁, 대공황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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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환율을 무기로 여겨선 안돼"양대 국제경제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이 격해지고 있는 환율전쟁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중재에 나섰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IMF 세계은행 연차총회를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은 단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며 "IMF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가 환율 문제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분쟁으로 치달으면서 보호주의를 초래할 경우 1930년대의 실수를 되풀이할 위험이 있다"며 "각국이 환율 문제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1930년대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주요국들이 관세율을 경쟁적으로 높여 대공황을 장기화시킨 것은 대표적인 '근린(近隣 )궁핍화 정책'으로 꼽힌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도 이날 별도의 기자회견에서 "환율을 전쟁을 위한 무기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을 무기로 삼아 수출을 늘리고 자국의 이익을 챙기는 것은 글로벌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제2의 플라자합의가 도출될 분위기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재무장관들은 1985년 일본 엔화와 독일 마르크화의 평가절상을 유도하기 위해 뉴욕 플라자호텔에 모여 플라자합의를 이끌어냈다.
유세프 부트로스 갈리 IMF 운영위원장은 "주요 국가들이 환율 문제와 관련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당장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어떤 조치가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은 늦었지만 향후 3~6개월 안에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