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3차환율 大戰] (8) 美, G7 동원해 中 압박…EU는 한발 빼고 日은 눈치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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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격전장 된 IMFㆍ세계은행 총회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개막된 8일 미국 워싱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추려는 강대국들이 일대 격전을 벌일 태세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 등 선진국들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선진국들은 미국에 동조하고 있지만 강도에서는 차이가 있다. 전날 중국을 비난했던 유럽연합(EU)은 정작 전쟁터에서는 한 발을 빼고 있다. 엔고를 막기 위해 이미 시장에 개입한 일본도 목소리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IMF총회장에서 전쟁은 사실상 미국과 중국 간 대결로 압축된다. 미묘한 상황에 처해 있는 4개국의 입장을 정리한다.
몰아붙이는 美 "위안화 25~40% 절하 상태"
딜레마에 빠진日 "추가 개입 안할 수도 없고…"
소극적인 유럽 "환율 개입이 펀더멘털 왜곡"
흔들림 없는中 "급격한 절상은 절대 없다"
◆미국,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목표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정책을 공격 목표로 삼고 있다. 절상 속도를 더 높이고 절상폭도 더 확대하라는 요구다.
미국은 위안화가 기본적으로 25~40% 절하돼 있다고 본다. 중국 정부가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해 자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높여주는 불공정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2269억달러이던 대중국 무역적자가 올해 2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도 중국을 더욱 옥죄는 원인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정부는 5년 내 수출을 두 배로 늘려 국내 일자리를 200만개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위안화 저평가 탓에 값싼 중국산이 미국에 밀려들어와 국민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본다. 최근 미 하원이 환율 조작을 수출보조금으로 간주해 관세를 부과하는 보복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상원도 다음 달 중간선거 직후 보복법안을 표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다자 플레이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10일까지 워싱턴에서 열리는 IMF 연차총회와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지지세력을 규합키로 했다.
◆중국,"급격한 위안화 절상은 안 된다"
이강 인민은행 부총재는 지난 7일 "점진적으로 위안화를 절상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IMF 주관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데 기여하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접근방식은 점진적인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환율전쟁에서 선진국들의 '공적'(公敵)이 된 중국은 위안화 절상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 압력을 동반한 급격한 절상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원자바오 총리는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20~40% 올리면 중국의 수출기업은 도산하고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중국이 위기에 빠지면 세계경제에도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위안화의 저평가로 무역역조가 심화된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도 중국은 인정하지 않는다. 원자바오 총리는 "2005년 이후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22%나 올랐지만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 커졌다"며 "이는 경제구조적인 문제이지,환율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환율이 지금보다는 더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환율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혁하겠다"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본적인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일 '개입 vs 방치' 진퇴양난
일본 정부는 엔화 가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엔고 저지를 위해 시장에 추가 개입할 수도,개입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여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5일 엔고 억제를 위해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했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섣불리 추가 개입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열리는 G7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의식해서다.
이 회의에선 위안화 가치를 억제하고 있는 중국 정부를 선진국들이 공조해 비난할 예정이다.
중국에 대한 협공을 앞두고 시장 개입을 탓해야 할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에 추가 개입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8일 "G7회의와 관계없이 필요하다면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어려울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가라시 후미코 재무성 차관은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국익을 위해 통화가치 절하 경쟁에 참여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의도가 아니다"며 "최근 시장 개입은 엔화 가치의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지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려는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EU,환율전쟁에서 한발 물러서나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7일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환율이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해 움직여야 할 시기"라며 "과도한 환율 변동이나 무질서한 (환율 관련) 움직임은 경제 안정성과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유로화가 9개월래 최고 수준으로 통화가치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으로는 수위가 예상보다 높지 않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독일 경제일간 한델스블라트는 트리셰 총재의 발언 내용에 대해 "유럽이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환율전쟁에서 직접적인 대립을 피하기 위해 각국의 환율 개입 현상에 대해 '외교적'인 방법으로 경고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그리스 등 유로존 국가들의 채권 매입도 EU가 환율전쟁에서 무작정 중국을 비난하기 어려운 이유다. 대니얼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장은 "유럽은 위안화 평가절상과 유로존 채권에 대한 중국의 지원 모두를 얻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차병석/워싱턴=김홍열 특파원/김태완/김동욱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