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중인 톈안먼 주역에 노벨상…中정부 "내정간섭 불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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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中 류샤오보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선정 이유에 대해 "중국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위해 오랫동안 비폭력적인 투쟁을 벌였다"며 "인권과 평화는 긴밀히 관련됐으며 이 권리는 알프레드 노벨이 유언장에서 쓴 '국가들 간의 형제애'를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08헌장' 작성했다가 체포…징역 11년형 선고 받아
원자바오, 기자들 질문 거부…노르웨이에 관계 악화 경고
◆톈안먼사태 주도한 반체제 인사20년간 중국의 반체제 인사로 활동해온 류샤오보는 톈안먼(天安門) 사건 당시 민주화세력을 대표해 인민해방군과 마지막까지 협상을 벌였던 4명 중 한 명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1955년 지린성 창춘에서 태어났으며 지린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베이징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컬럼비아대와 하와이대,노르웨이 오슬로대 등에서 교환교수를 지냈다.
톈안먼 사태 당시 컬럼비아대에서 교환교수로 있다가 급거 귀국해 단식투쟁 등을 주도했다. 이때 경찰에 체포돼 20개월간 수감됐으며 1996년부터 3년간 재교육 캠프(노동교양소)에 갇힌 바 있다.
그는 인터넷을 통한 민주화 운동에도 열심이었다. 1999년 인터넷을 처음 접했을 당시 그는 티베트 자치를 촉구하는 글을 발표한 혐의로 체포됐다. 3년간의 투옥생활 끝에 출옥한 직후였다. 당시 그는 친구의 권유로 타자연습을 한 뒤 중국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글을 이메일을 통해 해외 언론매체에 송고했었다. 2003년 중국 펜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영향력있는 민주화 인사로 부각된 그는 2008년 12월에는 세계인권선언 채택 60주년을 맞아 언론 자유 보장,인권 개선,다당제 도입과 자유선거 등의 요구를 담은 '08 헌장(Charter 08)' 작성을 주도했다. 중국 정부는 곧바로 류샤오보를 체포했으며 지난해 12월 국가권력 전복 선동죄로 11년형을 선고했다. 그는 이후 랴오닝성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그의 부인인 류샤는 이날 베이징에서 수상 소식을 듣고 "그는 상을 받으리라 상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틀림없이 매우 놀랐을 것"이라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그가 하루라도 더 빨리 풀려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류샤에 따르면 류샤오보는 현재 5명의 죄수와 한방에서 생활하면서 하루에 두 번씩 운동을 허락받고 있다.
◆중국 정부,류샤오보 수상에 반대중국은 수상 소식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터키를 방문 중인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수상소식이 전해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항의하기 위해 베이징 주재 노르웨이대사도 소환 조치했다.
중국 외교부의 마자오쉬 대변인은 이날 "노벨 평화상은 민족의 화해를 촉진하고,각국의 우의를 증진시키며,군축을 추진하고 평화회담을 개최 및 선전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에게 수여돼야 한다는 것이 노벨의 유지"라며 "류샤오보는 중국 법률을 위반,중국 사법기관에 의해 형을 선고받은 죄인이며 그의 소행은 노벨 평화상의 취지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CCTV 등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중국 외교부의 반응을 소개했지만 그의 수상 소식은 별도로 타전하지 않았다. ◆중국,인권상황 관심 불러일으킬 듯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평화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수상발표 직후 "남들이 침묵할 때 입을 열어야 한다"며 "우리에겐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비판할 권리가 있으며 중국이 (이번 수상을 계기로) 좀 더 민주적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1989년에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도자인 달라이라마가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에도 노르웨이 정부를 비난했지만 노르웨이는 "노벨 위원회는 완전히 독립적인 기구"라고 응수했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성명을 통해 류샤오보의 석방을 촉구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도 "이번 결정은 희생을 치르면서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 대한 강력한 지지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야글란 위원장의 의도대로 중국의 인권상황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동정여론이 확산될 경우 중국 정부가 오히려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주펑 베이징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중국 정부가 반대해온 반체제 인사에게 노벨평화상을 준 것은 서방이 중국인들을 싫어한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며 "오히려 중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