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환율보다 무서운 多文化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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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다시 '전쟁의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가. 환율 조정을 통해 근린을 궁핍하게 해서라도 자국 경제를 살려내겠다는 통화전쟁의 비정함은 예전의 군사전쟁과 다를 게 없다. 지난 주말 연차총회를 열었던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마저 두 손 들게 만든 주요국들 간 통화전쟁은 그러나 앞으로 본격화될 더 큰 '전쟁'에 비하면 작은 신호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환율싸움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강하고,각국의 궁극적인 생존을 담보로 건 '전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해외의 유능한 인재를 자국 국민으로 확보해 경제발전에 활용하려는 '이민 수용 전쟁'이다. 통화전쟁의 한 복판에 있는 일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전쟁'에서도 재빨리 승부수를 던졌다. 앞으로 50년 동안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인다는 정책을 공식화했다. 고질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현재 1억3000만명인 인구가 30여년 뒤엔 1억명 이하로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내놓은 대책이다.
한국 못지않은 순혈주의 국가로 꼽혀온 일본의 변신이 무섭다. 다문화(多文化) 수용성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한참을 앞서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간 나오토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이민 2세 출신(렌호 행정쇄신부 장관)을 장관으로 임명해 화제를 모았지만,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본 의회에는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귀화외국인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효과에 머물지 않는다. 나라 구성원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적응능력을 높여주고,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한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예다. 이 나라가 시오니즘을 추종하는 유태인들의 국가이므로 폐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단견일 뿐이다. 유태인들에게 그들의 민족을 정의하는 기준은 더 이상 생물학적이지 않다. 이스라엘은 유럽인과 구별하기 힘든 백인 계열(아슈케나지) 외에 중동 · 북아프리카계(세파르딤),심지어는 아프리카 흑인과 똑같은 외모의 에티오피아계(팔라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종적 배경의 유태인들로 구성돼 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유태교를 믿고,시오니즘의 가치를 신앙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떻게 유태인으로 존중받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다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벵골어를 모태어로 쓰는 인도 서북지역의 유태인 젊은이들을 찾아내 귀화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의 눈물겨운 인재확보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피부 빛깔과 문화가 다르더라도 건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 모은 것이 아랍 국가들에 에워싸인 중동의 소국(小國) 이스라엘을 발전시킨 핵심 원동력이다.
한국인들이 새겨야 할 게 이것이다. 한국은 작년의 출산율(1.15명)이 지속될 경우 2015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2100년에는 10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다. 어떤 출산장려정책을 펴더라도 인구 감소의 속도를 늦출지는 몰라도 저출산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는 게 일본 등 비슷한 고민에 빠진 외국 정부의 결론이었고,그래서 눈을 돌린 게 이민 활용 정책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한국을 포용력 넘치고 매력 있는 나라,외국인들이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지 않는다면 통화전쟁보다 더 무서운 전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환율싸움보다 훨씬 더 파급력이 강하고,각국의 궁극적인 생존을 담보로 건 '전쟁'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해외의 유능한 인재를 자국 국민으로 확보해 경제발전에 활용하려는 '이민 수용 전쟁'이다. 통화전쟁의 한 복판에 있는 일본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전쟁'에서도 재빨리 승부수를 던졌다. 앞으로 50년 동안 전체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1000만명의 이민을 받아들인다는 정책을 공식화했다. 고질적인 저출산으로 인해 현재 1억3000만명인 인구가 30여년 뒤엔 1억명 이하로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내놓은 대책이다.
한국 못지않은 순혈주의 국가로 꼽혀온 일본의 변신이 무섭다. 다문화(多文化) 수용성에서도 일본은 한국보다 한참을 앞서 달리고 있다. 지난 6월 출범한 간 나오토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이민 2세 출신(렌호 행정쇄신부 장관)을 장관으로 임명해 화제를 모았지만,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본 의회에는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귀화외국인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이민을 폭넓게 받아들이는 것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는 효과에 머물지 않는다. 나라 구성원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적응능력을 높여주고,사회의 활력을 높이는 데도 큰 기여를 한다. 이스라엘이 대표적인 예다. 이 나라가 시오니즘을 추종하는 유태인들의 국가이므로 폐쇄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단견일 뿐이다. 유태인들에게 그들의 민족을 정의하는 기준은 더 이상 생물학적이지 않다. 이스라엘은 유럽인과 구별하기 힘든 백인 계열(아슈케나지) 외에 중동 · 북아프리카계(세파르딤),심지어는 아프리카 흑인과 똑같은 외모의 에티오피아계(팔라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종적 배경의 유태인들로 구성돼 있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유태교를 믿고,시오니즘의 가치를 신앙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떻게 유태인으로 존중받고 있는지를 자세하게 다뤘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벵골어를 모태어로 쓰는 인도 서북지역의 유태인 젊은이들을 찾아내 귀화이민을 받아들이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의 눈물겨운 인재확보 정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피부 빛깔과 문화가 다르더라도 건국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 세계 인재들을 끌어 모은 것이 아랍 국가들에 에워싸인 중동의 소국(小國) 이스라엘을 발전시킨 핵심 원동력이다.
한국인들이 새겨야 할 게 이것이다. 한국은 작년의 출산율(1.15명)이 지속될 경우 2015년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고,2100년에는 1000만명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다. 어떤 출산장려정책을 펴더라도 인구 감소의 속도를 늦출지는 몰라도 저출산 자체를 막을 수는 없으리라는 게 일본 등 비슷한 고민에 빠진 외국 정부의 결론이었고,그래서 눈을 돌린 게 이민 활용 정책이다.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한국을 포용력 넘치고 매력 있는 나라,외국인들이 살고 싶은 나라로 만들지 않는다면 통화전쟁보다 더 무서운 전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그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