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겉도는 중국인 의료관광객 유치

지난주 중국 국경절 시즌을 맞아 서울시 내 주요 백화점 관계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몰려들면서 매출을 가파르게 끌어올려줬기 때문이다. 한 주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만여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나 늘었다. 그러나 내심 중국인 의료관광객 특수를 기대했던 의료계는 씁쓸해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 8명은 돌연 A피부과 방문 일정을 깨고 서울 강남의 G백화점에서 총 4억원어치의 물품을 구입했다. 중국 창춘에서 연간 2억원 어치를 백화점에서 쓴다는 이들은 유럽보다 저렴하고 구색도 다양한 한국 백화점의 매력에 푹 빠져 점심도 거른 채 명품을 쓸어담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에 불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의료계는 지난 8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요건이 완화된 효과가 의료 관광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인 관광객의 기대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미와 점을 제거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은 중국인 스징팡씨(여 · 46)는 "병원 입구에 사람이 너무 북적거려서 대접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성형 수술 후 병원 인근 호텔에 묵고 있는 중국인 왕이에씨(여 · 29)는 "한국 음식이 너무 맵고 짜 선택의 폭이 적다"며 "중국인 전용 식당이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더욱이 영세 병 · 의원들은 대형 병원과 달리 중국어를 구사하는 코디네이터가 밀착해 일일이 챙겨줄 형편이 못되고,입원실도 태부족이다. 시술 당일만 신경 써주고 이후엔 인근 호텔에 숙박시킨 뒤 간호사도 찾아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중국인 관광객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암 심장병 뇌질환 등 중증질환 분야에서 중국인 환자 유치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의료관광알선업체인 현대메디스의 조현준 팀장은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은 두둑한데 이를 열 세심한 전략이 부족한 것 같다"며 "게다가 일부에선 중국이란 큰 시장을 놔두고 러시아 중동 몽골 쪽에 눈을 돌리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