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만한 인플레, 세계경제 회복에 오히려 도움"

'경제학 콘서트' 저자 팀 하포드
美ㆍ中 환율전쟁 큰 걱정거리
"지금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과 경기침체)보다 낫습니다. "

세계적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의 저자인 팀 하포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칼럼니스트(37 · 사진)는 11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연간 4% 정도의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세계적인 부채 문제 해결과 일본형 디플레이션 방지에 도움이 된다"며 주요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제3회 기업가 정신 주간' 개막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하포드 칼럼니스트는 일상 생활의 이면에 녹아 있는 경제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내 인기를 끌고 있다.

▼세계 경제가 더블딥(경기가 반짝 상승했다 다시 침체하는 현상)에 빠질 가능성은.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보면 세계 경기가 아주 좋은 것 같지만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별로 안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미래를 전망하는 데 있어 경제학자들이 일반인보다 더 나은 게 없다. 세계 경제가 어떻게 될지 정말로 잘 안다고 말하는 경제학자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세계 경제의 위험 요인은 무엇인가.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모든 나라가 물건을 팔고 싶어한다면 누가 물건을 사나. 장기적으로는 국제 은행 시스템이 걱정이다. 국제 금융시장이 끔찍한 위기를 겪었는데 어떻게 하면 재발을 막을지 고민해야 한다. "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은행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독당국이 손쉽게 알아야 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했을 때를 보자.리먼은 시스템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은행이었지만 무척 취약했고 파생상품과 관련해 무엇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 감독당국이 파악하기 힘들었다. 헤지펀드라면 복잡한 구조가 문제되지 않지만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은행은 그렇지 않다. "

▼은행세 부과에 대한 입장은.

"석유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석유 유출 사고가 없어지지 않듯이 은행세가 부과된다고 해서 은행과 은행 시스템이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은행 시스템을 (감독당국이 파악할 수 있도록) 단순하게 만드는 데 은행세가 쓰여야 한다. "▼위안화 절상이 필요하다고 보나.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전 세계적으로,그리고 장기적으로 중국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중국의 걱정도 이해가 간다. 중국이 사들이는 물건(원자재 등)은 비싸고 중국이 파는 물건은 모두 싸다. 이 문제가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

▼확장적 재정정책을 어떻게 보나.

"경기침체기에는 꼭 필요하다. 문제는 규모와 타이밍이다. 케인스조차 정부가 충분히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점과 재정정책의 타이밍을 잡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

▼한국 정부에 해줄 충고는."한국 경제는 외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고 위기 대응도 잘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제 정책은 실험적이고 유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잘 안될 때는 방향을 바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

주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