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證, 귀뚜라미 '백기사'로 영입

'사돈기업' 귀뚜라미그룹, 부국 지분 2.87% 매입
리딩證, 지분 20% 육박에 경영권 위협 사전차단 포석
부국증권이 경영권 안정을 위해 오너의 사돈 기업인 귀뚜라미그룹을 3년 만에 '백기사'(우호세력)로 다시 끌어들여 대주주 측 지분을 높였다. 지난 6년 동안 부국증권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리딩투자증권의 경영권 위협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국증권 대주주인 김중건 회장은 특별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을 종전 28.99%에서 32.65%로 확대했다. 김 회장과 임원들이 장내에서 8만1900주(0.79%)를 사들였고,우호세력인 귀뚜라미가 매입한 29만7410주(2.87%)를 공동보유 신고한 데 따른 것이다. ㈜귀뚜라미는 지난 5일 일부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한 부국증권 지분을 시간외거래에서 주당 1만6800원에 사들였다. 귀뚜라미그룹의 최진민 명예회장과 부국증권의 김 회장은 사돈 사이로 돈독한 관계를 자랑해왔다. 3년 전 귀뚜라미홈시스가 부국증권 지분 1.64%를 장내 매수해 백기사를 자처한 데 이어,이번에 추가로 지분을 늘린 것이다. 이와 별개로 귀뚜라미그룹은 계열사인 대구방송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IPO 실적이 많지 않은 부국증권을 선정하기도 했다.

부국증권이 귀뚜라미그룹을 동원해 대주주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것은 주요주주인 리딩투자증권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국증권 관계자는 "리딩투자증권의 적대적 인수 · 합병(M&A) 가능성은 크진 않지만 우호세력을 통해 대주주 보유지분을 확대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리딩투자증권은 2004년 3월 부국증권 지분 5%를 확보한 뒤 2005년 15%까지 늘렸고 현재 16.23%를 보유하고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계열사인 W상호저축은행까지 매수에 동참해 지분 3.53%를 보유하고 있어 총 지분은 19.76%에 달한다. 단일주주로는 리딩투자증권 지분이 김 회장(12.22%)보다 높다. 리딩투자증권은 "부국증권 주가가 저평가돼 있기 때문에 단순투자 차원에서 지분을 늘렸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보유 지분이 20%를 육박해 부국증권으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딩투자증권이 한때 부국증권 대주주에게 인수를 제안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부국증권은 보유 현금이 많고 자사주도 30.01%나 보유하고 있어 당장 M&A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경영진으로선 우호세력을 추가로 확보해 향후 수면 위로 부상할지 모르는 경영권 위협요인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우호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부국증권 주가는 0.59%(100원) 오른 1만6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3년 전 리딩투자증권의 공격적인 지분 확대 와중에 3만원대까지 치솟았던 데 비하면 반토막이 난 상태다. 부국증권은 지난 5월 2만원을 밑돌았고 이후 1만5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최근 소폭 반등하고 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