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의 부활…올 신규투자 1조 넘는다

창업도 6만건 돌파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가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창업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초반 이후 침체일로를 걷던 벤처 붐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벤처캐피털 업계의 투자조합 결성액이 1조원을 웃돈 것으로 추산된다.
분기 기준으로 투자조합 결성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통계를 잡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연간 조합 결성액도 최대치였던 2000년의 1조3441억원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투자조합을 통한 신규 투자 역시 10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벤처 투자 열기는 정책자금과 연기금 등 공공부문 자금이 벤처캐피털로 몰리면서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큰손'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가 벤처 젖줄로 등장하면서 판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도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42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3700억원 이상을 집행할 계획이다.

벤처 부활 조짐은 창업시장에서도 나타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신설법인 수는 8년 만에 6만개를 돌파할 전망이다. 벤처기업 수도 2만개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1998년 2042개로 출발해 12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1990년대 후반 검색을 비롯 인터넷 비즈니스와 전사적 자원관리(ERP) 등 기업용 솔루션,휴대폰,LCD 등이 벤처 붐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과 바이오,엔터테인먼트,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이 주역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벤처 곳간이 채워지고 창업이 급증하고 있지만 투자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고,이를 다시 벤처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고리가 복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엔젤(개인투자자) 투자와 IPO 시장은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투자조합도 과거와 같은 신생 벤처,비상장 기업 투자보다는 사모펀드(PEF)를 통한 중견기업 투자,상장사 직 · 간접 투자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도용환 벤처캐피탈협회장은 "벤처투자 수익성이 안정적으로 바뀌면서 정책자금을 중심으로 투자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며 "그러나 민간 영역에서는 세제 혜택 감소와 벤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섣불리 들어오지 못하고,벤처캐피털들도 우량 초기 기업 발굴에 소극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