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Let's Master Mobile Transformation‥지점없는 은행ㆍ폰 안의 카드…'모바일 금융빅뱅' 이 은행판도 바꾼다

이성욱 딜로이트컨설팅 상무
③ 금융업을 위한 모바일 트랜스포메이션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겨울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어느 겨울 새벽처럼 여전히 스산한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조용한 새벽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도 눈부신 성장과 변화를 거듭하는 곳이 있다. 애플 림(RIM) 구글 등이 활짝 열어젖히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스마트폰은 림의 블랙베리,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서시히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최근 구글까지 가세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내년엔 미국 스마트폰 사용자가 전체 휴대폰 사용자의 5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바야흐로 신(新)모바일시대가 열리고 있다. 신모바일시대의 등장을 기대와 두려움으로 바라보는 시선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융회사들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것은 단순히 좋은 전화기를 사용한다는 것의 의미를 넘어서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가져올 변화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신뢰 저하와 시장 정체로 허덕이고 있는 금융회사가 고객에게 다가갈 지름길이 열릴 수도 있고,새로운 경쟁자에게 시장을 내주고 소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신모바일시대가 금융회사에 가져다 줄 기회와 위협 요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금융권에 부는 모바일 바람

우선 지금까지의 지점(branch)전략에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지점은 예대마진을 주요 수익원으로 하는 은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전략 실행주체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예금을 하고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항상 고객 옆에 있으며 고객들이 기꺼이 돈을 맡기고 빌릴 수 있도록 신뢰를 형성하는 데 지점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모바일시대의 고객들은 더 이상 거래를 위해 지점을 방문하지 않는다. 모바일 뱅킹은 언제 어디서나 사람이 있는 장소를 은행 지점으로 바꿔주었고,편리성이 높아지면서 모바일 뱅킹 사용자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한 해에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전년 대비 8배 증가해 300만명(ARI리서치)에 달했다. 이런 증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모바일 뱅킹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지점들은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다. 영국의 은행 지점 수는 지난 5년 동안 24%나 감소했다고 한다.

브랜드 경쟁 요소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지점의 유용성이 낮아지면서 예고된 가장 큰 변화는 이제껏 은행들이 지켜왔던 브랜드 요소가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도시 곳곳에 위치했던 지점들이 은행 브랜드가치 유지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이제 고객들은 상품경쟁력을 앞세운 새로운 금융 브랜드에 열광하고 있다. 지점망 없이 모바일 및 온라인 뱅킹만으로 운영되는 다이렉트 뱅크(직접 은행:direct bank)의 득세다. 대표적 성공 사례인 호주의 유뱅크(UBank)는 설립 3년 만에 수신액 기준으로 호주 은행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이런 성공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다이렉트 뱅크들은 기존 은행에 비해 복잡하지 않은 상품구조를 갖고 있고,지점망이 없이 저비용으로 운영되는 만큼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한다. 또 유튜브나 소셜 네트워크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고객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다. ◆신용카드회사,전략 수정 불가피

자금 결제(payment) 수단도 바뀌고 있다. 신용카드는 인류 역사 이래 화폐를 대신했던 다양한 방법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것이었다. 광범위한 네트워크망과 정보시스템 처리능력을 이용해 고객의 신용을 승인해줌으로써 현금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해낸 것이다. 이런 신용카드의 역할을 이제 스마트폰이 이어받게 된다. 이런 변화를 단순히 플라스틱카드가 모바일카드로 바뀐 정도로 인식하면 절대 안 된다. 스마트폰 안에 신용카드가 포함된 순간,기존에 신용카드사가 추구했던 전략의 상당 부분이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카드의 아이덴티티(identity)전략이 수정돼야 한다. 카드의 아이덴티티는 이제까지 플라스틱카드의 디자인에 상당 부분 의지해왔다. 카드가 스마트폰 내에 포함됨으로써 이런 기회는 차단된다. 또 카드 간 경쟁도 더 심해질 것이다. 플라스틱 카드의 위치는 고객 지갑 안에 있어야 하기 때문에,물리적으로 휴대 가능한 카드의 수가 제한돼왔다. 따라서 고객은 소수의 카드만을 발급받았고 카드사는 지갑 내 카드 개수만큼의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내에 담을 수 있는 카드의 수는 이론적으로 무한대이기 때문에 카드 간 경쟁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카드의 패키징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신용카드는 핵심 서비스 몇 개와 나머지 기본 서비스를 합쳐서 하나의 카드상품으로 출시되는데,각각의 서비스는 카드사 입장에서 비용요소다. 고비용 서비스와 저비용 서비스를 어떻게 패키징할 것인가는 상품전략 중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향후 복수의 카드가 스마트폰에 들어가면 고객은 '카드 단위'가 아니라 '서비스 단위'로 카드를 사용하게 된다. 주(主) 사용카드 없이 가맹점마다 가장 높은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선별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서비스 선별 기능을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이런 고객의 행태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며,결국 지금의 패키징전략은 변경돼야 할 것이다.

◆누가 경쟁자인가

기회 및 위협 요인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으로 경쟁자 구도가 변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다. 여러 시장참여자가 경쟁할 수 있도록 기반 인프라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은 높은 수익과 시장 권력을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사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기술기반,서비스기반,사용자기반을 장악해야 한다. 모든 것의 기반 기술이 되거나,높은 인기의 서비스를 제공하거나,많은 고객들을 확보하면 이를 플랫폼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즈니스가 고도화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은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고,많은 기업들은 플랫폼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모바일에도 플랫폼이 있다. 애플이나 구글은 OS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고,앱스토어 플랫폼을 독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을 갖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통신회사의 통신망 플랫폼 위에서 운영된다.

이제까지 금융서비스의 플랫폼은 지점망을 가진 은행이나 가맹점 망을 가진 카드사가 갖고 있었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지점이나 가맹점망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주도권은 급속히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통신사는 자사의 통신망 위에서 구동되는 모바일 뱅킹,모바일 결제 솔루션을 출시함으로써 금융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이베이나 구글은 페이팔(Paypal)이나 체크아웃(Checkout) 등의 모바일머니 플랫폼을 통해 금융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이 아이폰 차기 버전에 결제 솔루션을 탑재할 계획이라는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또한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한 결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모든 플랫폼들은 향후 금융시장에서 기존 사업자의 입지를 좁히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결국 관건은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미래를 읽고 대비하는가이다.

◆금융시장 미래 시나리오

모바일 기술이 앞으로도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지만,시장 전체가 어떤 형태로 나아갈 것인가를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기술 변화가 사람들에 의해 어느 정도나 수용될 것인가이다. 스마트폰이 급격히 보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모든 스마트폰 사용자가 예상하는 것처럼 기술 수용을 통해 행태 변화를 수반할지는 알 수 없다.

둘째는 시장의 장악력이 소수 사업자에게 돌아갈지 아니면 다수 사업자가 공유하게 될지에 관한 것이다. 지금도 미래 금융시장은 글로벌화하고 자유화하면서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을 중심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의견과 정부의 규제나 상호 견제를 통해 다수 참여자의 시장으로 분화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위의 두 변수를 고려해 매트릭스를 그려보면,네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시나리오 1은 신규 개척자의 등장이다. 기술의 발전이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행태를 변화시키면서 시장의 성장과 글로벌화를 견인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시장의 중심은 기존 금융회사보다 구글 애플 통신사 등 새로운 참여자가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나리오 2는 전문 대리인 산업의 출현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다각화되면서 고객의 니즈도 매우 다양해진다. 따라서 특정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기보다 기술력을 가진 다양한 업체들이 등장해 전문적인 개별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 금융회사들은 모든 기능을 보유하려 하지 않고 외부 업체들을 조합함으로써 고객의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나리오 3은 대형 금융회사의 등장이다. 기술 발전이 시장 자체를 변화시키기보다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형태로 발전하며,기존 금융회사가 새로운 서비스를 대부분 수용한다. 서비스를 수용한 금융회사는 더욱 확장돼 높은 자본력을 가진 기업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진다. 비대해진 대형 금융사는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해 서비스 효율성을 제고한다.

시나리오 4는 규제 중심 시장의 작동이다. 기술 발전이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지만 리스크 확대에 대한 정부의 규제 또는 시장의 견제로 인해 신규 서비스는 제3자가 공급하고,금융회사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하는 형태로 정리된다. 초기에는 다양한 서비스 공급업체가 등장하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어 곧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상의 시나리오는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고,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개념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모바일을 통해 고객들은 이제껏 없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기존 금융회사와 새로운 참여 업종 간에 벌어질 대(大)경쟁으로 시장에서의 영향력 구도도 큰 변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KAIST 경영학 석사, 경영공학 박사
전문분야 : 마케팅 전략, 스마트워크,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저서 : '기업의 미래를 바꾸는 모바일 빅뱅'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