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주역이 中 BYD 주총 VIP로 참석

버핏 후계자 '리루' 극비 방중
中, 월街 자본유치 통로 기대
'지명수배를 덮어버린 자본의 힘.'

중국 톈안먼(天安門)사태의 주동자로 20년 넘게 지명수배를 받고 있는 망명객 리루(44 · 사진)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의 동행자는 세계 금융시장의 살아있는 전설,워런 버핏 벅셔헤서웨이 회장.리루는 히말라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전문 펀드매니저로 버핏이 투자한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BYD의 지분 2.5%를 소유하고 있다. 버핏이 벅셔헤서웨이의 회장직을 물려줄 만한 유력한 후보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리루는 톈안먼사태 직후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인물이다. 1966년 태어난 그는 문화대혁명으로 노동교화에 처해진 부모와 갓난아이 때 강제로 헤어졌다. 난징대 물리학과 재학 중 발생한 톈안먼사태 당시 단식연좌농성을 주도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망명한 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 · 경영 · 법학을 동시에 공부했고 졸업 후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대학시절 버핏의 강의를 듣고 주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루는 BYD의 주요 주주로서 지난달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이 회사의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그러나 그의 방중 사실은 중국 정부의 차단으로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BYD의 주주총회는 외국 기자들은 취재할 수 없었으며 취재가 허용된 중국 기자들에게도 '버핏 외에 어떤 외부 인사도 사진을 찍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주총장엔 마치 국빈이 방문했을 때처럼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BYD 주총장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버핏과 동행하며 누구를 만났는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중국 정부의 통제와 압력이 작용한 탓이다.

장원란 캐나다 앨버타대 중국연구소장은 "중국으로서는 리루가 세계금융시장에 중국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입국을 허용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톈안먼사태의 주역이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어 '초청받은 그림자'로 만들려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보면 리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버핏에게 BYD에 투자할 것을 권유,중국에 버핏이 투자할 만한 회사가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버핏은 반인권정책으로 비난받고 있는 수단에 대규모 투자를 한 페트로차이나 지분을 취득했다가 국제적 비난으로 주식을 모두 처분해 중국과 관계가 나빴던 적도 있다. 버핏의 투자 행태가 세계 금융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보면 중국으로서는 리루가 세계 금융시장과 중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통로인 셈이다. 더구나 그가 버핏의 후계자로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그를 잡아들이거나 입국을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의 방중으로 톈안먼사태의 다른 수배자들에게도 비슷한 조치가 이뤄질 것인지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사안에 따른 판단'이 작용할 것으로 본다. 홍콩 현대중국연구소의 세바스찬 벡은 "아무리 리루라 해도 버핏이 함께했으니 입국이 허용됐지,만일 정치인이 동행했으면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