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광진의 World Biz] NBA 선수가 MBA 가는 까닭은

야오밍(姚明)과 류샹(劉翔).내로라 하는 중국의 스포츠 스타다. 야오밍은 미국 프로농구(NBA) 휴스턴 로키츠 선수로 뛰고 있고 류샹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남자 110m 허들로 금메달을 땄다. 둘 다 상하이가 고향으로 스타가 된 후 막대한 수입을 챙기기 시작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야오밍과 류상은 재산을 불리는 재테크 성적에선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성도상보 양자만보 등 중국 언론들은 비상장 기업과 프랜차이즈 기업 등에 대한 투자로 자산을 7억달러(약 7800억원) 이상으로 불린 야오밍과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를 하지 않고 은행 예금에만 2억위안(약 330억원)을 쏟아부은 류상을 비교하는 기사를 최근 게재했다. 야오밍은 작년 말 중국 선전 증시에 상장한 내비게이션업체 베이징허중스좡커지주식유한공사의 4대주주로,투자 2년 만에 90배의 수익률을 올려 '주식의 신(股神)'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운동스타들의 재테크 수준차는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도 최신호(11일)에서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루밀 로빈슨 전 NBA 선수의 사례는 얼마나 많은 프로선수들이 그들의 부를 낭비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한때 연간 1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 로빈슨이지만 은행을 상대로 한 사기 혐의로 법정에 서는 신세로 전락했다. 자기와 관계도 없는 부동산 개발 사업에 필요하다며 70만달러 이상을 대출받아 마이애미 콘도와 고급 자동차 등을 사는 등 개인 용도로 탕진했다는 것.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 선수는 로빈슨만이 아니다. 전직 NBA 선수 중에서도 최근 1년 사이 셀틱스 출신의 안토인 워커와 네츠에서 뛰었던 데릭 콜만이 잇달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워커와 콜만은 부동산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농구선수들 얘기만도 아니다. 미국프로풋볼(NFL) 팀인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전 쿼터백인 버니 코사르는 운동장에선 똑똑하다는 평을 들었지만 5000만달러의 빚을 이기지 못해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NBA 스타선수 가운데 60%는 은퇴 후 5년 내에 무일푼이 된다(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보도도 있다. NBA가 여름마다 신입 선수들을 위한 재무관리 세미나를 열어주고,NFL이 선수들을 유명 경영대학원에 보내 단기 교육을 시키는 것도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비즈니스위크는 스탠퍼드 와튼 듀크 등 유명 MBA에서 풀타임으로 공부하는 전직 프로선수들도 있다며 "MBA가 이들의 경력 관리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파산을 면하게 해주는) 생명선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프로 운동선수가 돈 관리는 아마추어'(비즈니스위크)라는 현실은 새로운 프라이빗뱅킹(PB) 비즈니스 기회를 제공한다. IBK투자증권이 작년 말 스포츠 스타 등을 상대로 한 PB센터를 설립한 게 대표적이다. 경영대학원들로선 리더십,팀워크,근성으로 무장한 훌륭한 MBA 학생들을 유치함으로써 얻는 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국제부 차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