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오프로드 왕의 귀환' 짚 그랜드 체로키 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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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짚(Jeep)은 4륜구동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개척자다. 짚 모델 중 20년 전 등장한 그랜드 체로키는 '프리미엄 SU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 영역을 창조했다. 그 후로 지금까지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400만대 이상 팔려나가 한 획을 그었다.
짚 브랜드는 '오프로드의 왕자'로 불린다. 잘 닦인 아스팔트의 온로드 주행 성능도 수준급이지만 현기증 나는 산악지대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 더 힘차게 달려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12일 신차발표회를 갖는 올뉴 그랜드 체로키는 2005년 나온 3세대 이후 5년만에 모델이 전면 바뀌는 4세대로, 북미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 "영종도 진흙밭 주행 끄덕 없어"
신차발표회에 앞서 지난 7일 인천 영종도에서 올뉴 그랜드 체로키를 3시간에 걸쳐 맛볼 기회를 가졌다. 영종도 하얏트리젠시 호텔을 출발한 차량은 포장이 잘 된 온로드를 잠시 지나 모래길과 자갈길, 진흙길 및 경사면 등 오프로드 코스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을 거쳤다.
숲이 울창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지나니 엄청난 두께의 흙더미가 쌓여 있는 진흙밭이 올뉴 그랜드 체로키를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웬만한 승용차라면 바퀴가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렸을 법한 난이도 높은 코스를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거친 몸놀림으로 잽싸고 힘차게 뚫고 나간다. 기어박스 뒤에 장착된 셀렉터레인(Selec-Terrain) 트랙션 컨트롤 장치는 운전자의 노면 상황에 맞춰 샌드·머드, 스포츠, 오토, 스노우, 록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시 이 기능을 샌드·머드 모드로 맞췄다. 이때 셀렉터레인 시스템은 휠 스핀과 순간 가속을 좌우하는 토크를 최적의 상태로 잡아준다. 핸들 조작 능력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오프로드 강자답게 힘이 무척 좋다. 짚 브랜드 최초로 장착된 '콰드라리프트(Quadra Lift)'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은 공기압을 이용해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시킨다. 폭이 좁고 경사진 자갈길에서도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가뿐히 올라섰다.
◆ "고속주행 정숙해졌네"이후 선녀바위 해변으로 향하는 온로드 주행에서는 짚 특성상 차가 다소 무겁다. 하지만 최고 출력 286마력의 힘은 고속으로 달릴 때도 답답한 수준은 아니다. 고속 주행로에서 액셀을 힘차게 밟았더니 의외로 주행시 정숙도가 뛰어났다. 엔진음만 들었을 땐 이 차가 짚인지 아닌지는 여간해선 구분하기 힘들다. 가솔린 엔진 효과가 뚜렷하다.
올뉴 그랜드 체로키의 엔진은 크라이슬러그룹이 새롭게 개발한 3.6ℓ 신형 펜타스타 V6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기존 모델에 비해 운동 능력을 민첩하게 끌어올렸다. 또 새로운 바디 섀시는 차체 강성을 145%까지 향상시켰고 차체 비틀림을 비롯해 소음 및 진동을 개선했다.
공인 연비 7.8km/ℓ는 구형 대비 10% 개선된 수치다. 크라이슬러 국내법인의 송재성 상무는 "도심 주행시 실연비는 7km/ℓ 수준이지만 고속도로 주행시 평균 9~12km/ℓ까지 나온다"고 언급했다.◆ 투박한 디자인 '환골탈태'
올뉴 그랜드 체로키는 2011년형 모델로는 크라이슬러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차를 계기로 크라이슬러는 유럽의 감성을 신형 모델에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짚 라인업 중 가장 빠르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크라이슬러그룹의 제품 디자인팀은 구형 대비 럭셔리 이미지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외관 디자인은 언뜻 BMW X5와 흡사하지만 짚 브랜드 전통과 그랜드 체로키 전통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다리꼴 휠하우스는 짚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으며, 슈퍼 패스트 A필러는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 DNA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전 투박한 모습의 그랜드 체로키는 실내 인테리어에서 확실히 자취를 감췄다. 운전석은 편안함과 고급스러운 맛을 한껏 풍긴다. 과거 짚이 남성성을 강조했다면 신형 체로키는 여성 운전자들도 좋아할만한 구석을 지녔다.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고급형 가격은 5590만원(오버랜드 모델 6890만원)이다. 이전 구형(6120만원)보다 약 500만원이 싸졌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새롭게 추가된 45개 이상의 안전 및 편의장치는 옵션 가치만 700만원에 달하고 따라서 실질적인 가격은 1000만원가량 저렴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짚을 두고 "남이 타면 멋져 보이지만 내가 막상 구매하기엔 망설여지는 차"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한다. 하지만 올뉴 그랜드 체로키는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 꺼렸던 소비자들도 쉽게 친해질 수 있게끔 유연해졌다. 이제는 내가 타도 멋져 보이는 차에 한걸음 다가간 듯한 느낌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
짚 브랜드는 '오프로드의 왕자'로 불린다. 잘 닦인 아스팔트의 온로드 주행 성능도 수준급이지만 현기증 나는 산악지대나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에서 더 힘차게 달려 이 같은 별명이 붙었다. 12일 신차발표회를 갖는 올뉴 그랜드 체로키는 2005년 나온 3세대 이후 5년만에 모델이 전면 바뀌는 4세대로, 북미 지역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 "영종도 진흙밭 주행 끄덕 없어"
신차발표회에 앞서 지난 7일 인천 영종도에서 올뉴 그랜드 체로키를 3시간에 걸쳐 맛볼 기회를 가졌다. 영종도 하얏트리젠시 호텔을 출발한 차량은 포장이 잘 된 온로드를 잠시 지나 모래길과 자갈길, 진흙길 및 경사면 등 오프로드 코스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구간을 거쳤다.
숲이 울창한 비포장도로를 한참 지나니 엄청난 두께의 흙더미가 쌓여 있는 진흙밭이 올뉴 그랜드 체로키를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웬만한 승용차라면 바퀴가 빠져 한참을 허우적거렸을 법한 난이도 높은 코스를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거친 몸놀림으로 잽싸고 힘차게 뚫고 나간다. 기어박스 뒤에 장착된 셀렉터레인(Selec-Terrain) 트랙션 컨트롤 장치는 운전자의 노면 상황에 맞춰 샌드·머드, 스포츠, 오토, 스노우, 록 등 5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시 이 기능을 샌드·머드 모드로 맞췄다. 이때 셀렉터레인 시스템은 휠 스핀과 순간 가속을 좌우하는 토크를 최적의 상태로 잡아준다. 핸들 조작 능력도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역시 오프로드 강자답게 힘이 무척 좋다. 짚 브랜드 최초로 장착된 '콰드라리프트(Quadra Lift)'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은 공기압을 이용해 오프로드 성능을 극대화시킨다. 폭이 좁고 경사진 자갈길에서도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가뿐히 올라섰다.
◆ "고속주행 정숙해졌네"이후 선녀바위 해변으로 향하는 온로드 주행에서는 짚 특성상 차가 다소 무겁다. 하지만 최고 출력 286마력의 힘은 고속으로 달릴 때도 답답한 수준은 아니다. 고속 주행로에서 액셀을 힘차게 밟았더니 의외로 주행시 정숙도가 뛰어났다. 엔진음만 들었을 땐 이 차가 짚인지 아닌지는 여간해선 구분하기 힘들다. 가솔린 엔진 효과가 뚜렷하다.
올뉴 그랜드 체로키의 엔진은 크라이슬러그룹이 새롭게 개발한 3.6ℓ 신형 펜타스타 V6엔진을 얹었다. 이 엔진은 기존 모델에 비해 운동 능력을 민첩하게 끌어올렸다. 또 새로운 바디 섀시는 차체 강성을 145%까지 향상시켰고 차체 비틀림을 비롯해 소음 및 진동을 개선했다.
공인 연비 7.8km/ℓ는 구형 대비 10% 개선된 수치다. 크라이슬러 국내법인의 송재성 상무는 "도심 주행시 실연비는 7km/ℓ 수준이지만 고속도로 주행시 평균 9~12km/ℓ까지 나온다"고 언급했다.◆ 투박한 디자인 '환골탈태'
올뉴 그랜드 체로키는 2011년형 모델로는 크라이슬러의 첫 번째 결과물이다. 이 차를 계기로 크라이슬러는 유럽의 감성을 신형 모델에 적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신형 그랜드 체로키는 짚 라인업 중 가장 빠르고 날렵한 디자인으로 설계됐다. 크라이슬러그룹의 제품 디자인팀은 구형 대비 럭셔리 이미지를 접목하려는 시도를 아끼지 않았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내외관 디자인은 언뜻 BMW X5와 흡사하지만 짚 브랜드 전통과 그랜드 체로키 전통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다리꼴 휠하우스는 짚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으며, 슈퍼 패스트 A필러는 그랜드 체로키의 디자인 DNA 중 하나다. 하지만 이전 투박한 모습의 그랜드 체로키는 실내 인테리어에서 확실히 자취를 감췄다. 운전석은 편안함과 고급스러운 맛을 한껏 풍긴다. 과거 짚이 남성성을 강조했다면 신형 체로키는 여성 운전자들도 좋아할만한 구석을 지녔다.신형 그랜드 체로키의 고급형 가격은 5590만원(오버랜드 모델 6890만원)이다. 이전 구형(6120만원)보다 약 500만원이 싸졌다. 크라이슬러 관계자는 "새롭게 추가된 45개 이상의 안전 및 편의장치는 옵션 가치만 700만원에 달하고 따라서 실질적인 가격은 1000만원가량 저렴해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흔히 짚을 두고 "남이 타면 멋져 보이지만 내가 막상 구매하기엔 망설여지는 차"라는 얘기가 나돌기도 한다. 하지만 올뉴 그랜드 체로키는 자기 개성을 드러내기 꺼렸던 소비자들도 쉽게 친해질 수 있게끔 유연해졌다. 이제는 내가 타도 멋져 보이는 차에 한걸음 다가간 듯한 느낌이다.
한경닷컴 김정훈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