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뒤끝' 있는 국회의원들
입력
수정
한 증권회사의 이미지 광고를 놓고 국회가 '뒤끝'이 있음을 확실히 보여줬다. 지난 2월 국회의사당 사진을 배경으로 'Why not change(왜 변하지 않는가)'라는 문구를 넣어 스스로의 혁신의지를 강조한 메리츠증권(현 메리츠종금증권)의 회사 이미지 광고가 그 대상이다. 광고가 처음 나갔을 당시 '국회를 모욕했다'며 해당 광고 게재를 즉각 중단시켰던 의원들은 8개월이 지나 국정감사장에서 이 문제를 다시 끄집어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 금융투자업계의 자율규제를 담당하는 금융투자협회 임원을 호출했다. 업계 광고를 사전 심의하는 금투협이 국회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이 광고를 미리 걸러내지 못한 경위를 추궁한 것이다. 체면을 구겼다고 여기는 사안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이 처음 제기했던 문제를 이번에는 홍재형 민주당 의원이 바통을 이었다. 홍 의원은 "문제가 불거진 2월에 금투협이 내놨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미지 광고는 자율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국회를 속였다"고 추궁했다. 국감장에 불려나온 최봉환 금투협 자율규제본부장은 "자율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홍 의원 주장대로 금투협이 거짓 해명을 했는지에 대해선 정무위 내에서도 다른 반응이 나왔다. 지난 2월 금투협 해명을 들었던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의원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할 뿐,정말 금투협이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뒤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금투협의 재발방지 대책 시행과정을 금융위가 지켜볼 것을 요구했다. 금투협 대책에는 광고가 처음 나왔을 당시 책임을 물어 좌천됐던 담당자를 재차 징계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스스로 권위를 지키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8개월이 지나 또다시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만큼 '왜 변하지 않는가'라는 광고가 국회를 모욕한 것일까.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되는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을 지켜보면서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위원회 국감에 금융투자업계의 자율규제를 담당하는 금융투자협회 임원을 호출했다. 업계 광고를 사전 심의하는 금투협이 국회의 명예를 훼손할 소지가 있는 이 광고를 미리 걸러내지 못한 경위를 추궁한 것이다. 체면을 구겼다고 여기는 사안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이사철 의원이 처음 제기했던 문제를 이번에는 홍재형 민주당 의원이 바통을 이었다. 홍 의원은 "문제가 불거진 2월에 금투협이 내놨던 해명이 사실과 다르다"며 "이미지 광고는 자율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는 등 국회를 속였다"고 추궁했다. 국감장에 불려나온 최봉환 금투협 자율규제본부장은 "자율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말한 적은 없다"며 해명에 진땀을 뺐다.
홍 의원 주장대로 금투협이 거짓 해명을 했는지에 대해선 정무위 내에서도 다른 반응이 나왔다. 지난 2월 금투협 해명을 들었던 이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의원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할 뿐,정말 금투협이 거짓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뒤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금투협의 재발방지 대책 시행과정을 금융위가 지켜볼 것을 요구했다. 금투협 대책에는 광고가 처음 나왔을 당시 책임을 물어 좌천됐던 담당자를 재차 징계하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스스로 권위를 지키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원들이 8개월이 지나 또다시 공개적으로 문제 삼아야 할 만큼 '왜 변하지 않는가'라는 광고가 국회를 모욕한 것일까.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되는 여야 간 소모적인 정쟁을 지켜보면서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