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 달 만에 팔자…유동성 랠리 '멈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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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868로 후퇴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일단 멈췄다. 이 여파로 12일 코스피지수는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1860대로 밀려났다. 외국인이 역대 세 번째인 19거래일 연속 순매수에서 '팔자'로 돌아서,외국인 자금에 기댄 '유동성 랠리'가 끝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단기자금 차익실현 나선 것"…전문가 '속도조절'에 무게
이머징펀드로 자금유입 지속…"단기 조정 후 랠리 재개" 전망
그러나 외국인의 순매도는 환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투기성 자금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공격적으로 순매수해온 글로벌이머징마켓(GEM) 펀드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어,증시가 소폭 조정을 받더라도 상승 추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 단기자금 차익실현
코스피지수는 이날 21.87포인트(1.16%) 하락한 1868.04에 마감했다. 나흘 연속 하락이긴 하지만 직전 사흘에 비해 조정폭이 컸다. 지난달 10일부터 19거래일 연속 총 6조4935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순매도로 반전한 것이 지수 급락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91억원을 순매도했고,선물에선 5428억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의 순매도 반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 외국인이 방향 자체를 전환한 것이라면 주식시장의 상승 추세가 꺾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방향전환'보다는 '속도조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승원 UBS증권 전무는 "전날 국정감사에서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환율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외국인 채권투자에 대한 세금 원천징수 부활을 시사한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자 그동안 환율 하락에 베팅하며 주식을 사들이던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고 진단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리서치기획팀장은 "2000년 이후 외국인은 원 · 달러 환율 1100원 밑에선 환율이 더 내려갈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주식을 팔았다"며 "최근 환율이 급락한 가운데 진 위원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조세회피지역에서 유입된 단기성 자금들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중국 정부가 전날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데다,15일 개막하는 중국공산당전국대표회의에서 8%이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로 낮춰잡을 것이란 관측도 악재로 작용했다. ◆환율 반등,인텔 실적발표가 단기변수
코스피지수가 두 달여 만에 단기 추세선인 5일 이동평균선(1891.96) 아래로 떨어진 만큼 전문가들은 당분간 조정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중국이 긴축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돼 지수가 오른 부분 정도는 빠질 수 있다"며 "조선 기계 등 중국 관련주를 중심으로 1800대 초 · 중반 정도까지 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시작된 '유동성 랠리'가 끝났다고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심상범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최근 바이코리아를 주도한 것은 GEM 펀드들이었고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GEM 펀드로의 신규 자금 유입 규모는 9월 첫째주 5억4300만달러에 그쳤지만 이후 급격히 늘어 지난주엔 37억4500만달러에 달했다. 이재훈 팀장은 "GEM 펀드가 벤치마크로 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에 편입된 21개국 중 한국 증시 비중이 13% 정도인데,이 펀드들이 한국에 실제로 투자한 비중은 11%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선진국 경기회복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한국과 같은 이머징 증시의 유동성 랠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태우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원 · 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와 13일 새벽(한국시간) 인텔의 실적 발표가 시장의 단기흐름을 결정짓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