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發 '젊은 조직論' 태풍…재계 연말 인사 폭 커질 듯

이건희 회장 "조직 젊어져야"

현대차, 11월 중순 인사 가능성
LG, 전자 계열사 변화 중심에
SK '차이나·에너지' 인사 주목

이건희 삼성 회장이 12일 "어느 시대이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 젊게 해야 한다"며 '젊은 인사'를 강조했다. 급격하게 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 한발 앞서 대처할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올 연말 임원 인사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이라는 게 삼성 안팎의 시각이다.

재계에서는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 LG SK 등의 임원 인사에도 '젊은 경영진'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원 · 달러 환율 급락과 경기전망 악화 등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위기 돌파형 인사'를 준비하고 있는 그룹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해 말 경영진 인사에서 50대 초 · 중반 인재 10명을 사장으로 발탁하는 등 '젊은 조직'을 지향해 왔다. 이 회장의 언급은 올해에도 이런 인재 발탁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

이학수 삼성전자 고문 등 옛 전략기획실 핵심인사들의 거취도 관심사다. 삼성은 지난 3월 이 회장 복귀를 발표하며 △브랜드관리실 △업무지원실 △법무실 등의 3실을 그룹조직으로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르면 11월 중순께부터 단계적으로 경영진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 때쯤이면 현대건설 인수 승패가 판가름나는 만큼,내년도 사업 대비와 새로운 그룹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인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불투명한 국내외 사업환경을 고려해 10월 중 해외 법인장 인사를 먼저 실시해 직접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현대건설 인수라는 현안을 감안해 일정을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인사는 '젊은 경영진''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의 중용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각 분야에서 조용히 실력을 인정받은 임원들이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으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호흡을 맞춰 글로벌 현대차그룹을 이끌 전문 경영인들이 필요하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전무 · 상무급 임원 가운데서 발탁인사가 많을 것이라는 소문이다.

LG는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최소화해 왔다. '전시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게 LG가 내세운 이유였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구본무 회장의 동생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로 옮기면서 후속 CEO 인사가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전자,디스플레이,이노텍 등 범 전자 계열사들을 구 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방식의 경영 시스템이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그룹은 지난 7월 출범한 중국통합법인 SK차이나 후속 인사와 내년 1월 석유 · 화학 사업부문의 분할을 앞두고 있는 SK에너지 조직 정비가 주목받고 있다. SK에너지의 사업 분할과 관련,연간 매출 25조여원과 10조여원의 사업부가 분리돼 새로운 회사로 출범하는 만큼 연말 임원 인사 폭이 클 것으로 그룹 측은 보고 있다.

송형석/이정호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