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0] "석유 대체할 미래 자원…해조류 활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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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트렌트 NASA 연구원의 미래예측일부 석학들은 향후 100년 내 지구 생물 종(species)의 절반 이상이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석유 석탄 등 산업화 이후 150여년 동안 무분별하게 사용해 온 화석에너지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고,생태계 메커니즘이 연쇄적으로 교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오메가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조너선 트렌트 총괄연구원(57)도 이 시나리오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폐수 처리와 친환경 오일(oil) 생산,탄소 저감을 한꺼번에 달성할 수 있는 '1석 3조'를 노린다.
藻類서 뽑은 오일이 차세대 에너지…삼면 바다인 한국, 최적 조건 갖춰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고위험…정부 관심과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
우리는 지구호 승객 아니라 선원…전문가 힘 합쳐 미래 대비해야
그는 오는 26~28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0'에 NASA의 공식 대표 자격으로 참석한다. 27일 열릴 미래예측 워크숍 '놀라운 미래가 온다'에 기조발제자로 나서는 트렌트 총괄연구원을 이메일로 미리 만나봤다. ▼오메가 프로젝트를 쉽게 설명해 달라.
"식물성 오일이 대체 에너지의 대표 격인데 조류(藻類 · algae)가 현재로서는 가장 효율적이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자원 소모 없이 조류를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이다. 떠다닐 수 있는 큰 플라스틱 백을 바다로 흘려 보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여기에는 폐수와 조류가 담겨 있다. 조류는 폐수로부터 이산화탄소와 영양분을 얻고,태양빛을 받으며 성장한다. 파도는 조류가 폐수와 잘 섞일 수 있게 해준다. 미세조류는 급격히 성장하기 때문에 매주 기름을 채취할 수도 있다. 식물성 오일을 채취하고 남은 조류는 동식물 사료나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도 활용할 수 있다.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해안가 경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오메가 프로젝트를 위한 최적의 장소다. "
▼기술적 한계나 인류 수요로 볼 때 대체 에너지가 화석에너지에 상응하는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산업화 이후 '채취하고 쌓아놓는' 에너지만 발굴해 왔다. 석유와 석탄,천연가스가 그것이다. 이제 여기에서 벗어나 '효율적으로 생산 · 사용하고 다시 저장할 수 있는' 조류와 같은 대체 에너지에 주목해야 한다. 에너지를 다 쓰고 후대를 위해서 아무것도 남겨 놓지 않는 '메뚜기'가 될 것인지,지속 가능하고 탄소 중립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재창조의 세대'가 될 것인지를."
▼탄소 중립,탄소 제로의 의미는.
"탄소 방출이 없는 에너지를 말한다. 수소연료나 태양열 등이 있다. 그런데 탄소를 기반으로 해도 탄소를 방출하지 않는 에너지가 있다. 예를 들면 바이오매스다. 바이오매스는 연소시 탄소를 방출하지만 식물이 바이오매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 탄소를 다시 잡아채 사용하므로 전체적으로 탄소 증가량이 없다. "▼자주 거론되는 재생에너지 외에 과학자들이 특히 주목하는 획기적인 에너지원은 없나.
"내가 아는 한 세계 어딘가의 '은밀한' 실험실에서 개발 중인 대체 에너지원은 없다. 하지만 여태껏 발굴한 대체 에너지를 확장하고 완벽하게 다듬을 수 있는 기발한 프로젝트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가 그중 하나다. "
▼신재생에너지 사업에서 정부 역할은."신재생에너지 사업은 본질적으로 고위험 연구 · 개발(high-risk R&D)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위축되기 쉽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석연료 시장 규모는 연간 5조달러를 넘는다. 반면 태양열 풍력 원자력 등 대체 에너지는 이보다 훨씬 미미한 규모다. 전향적 투자가 절실하다. "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해 아는 게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미국 정부나 NASA와 한국이 공동 연구를 진행할 기회가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술 진보를 이룬 나라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전 지구적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통상적인 회의나 행사만 계속할 게 아니라 능력이 있는 전문가들을 신속히 소집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연구집단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겠다. 어떤 사람이 60층 건물 꼭대기에서 밑으로 떨어지는데 30층에 있는 사람이 그를 보고 '괜찮아?'라고 묻는다. 떨어지는 사람은 '아직 견딜만 해!'라고 화답한다. 이게 인류의 현주소다. "
▼향후 10년 내 가장 중요한 재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재능있는 과학기술자와 경제학자,리더는 세상에 너무나 많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능력을 묶어 키우는 일이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NASA의 우주 탐험 결과물이다. 우주 환경에서는 우주선이 예측한 조건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15초 안에 생명체가 죽을 만큼 위험한 곳이다. 따라서 자원 소모를 최적화해야 하고,재활용이 가능해야 하며,폐기물조차도 재활용하는 선순환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는 NASA가 우주를 관찰하며 터득한 '생명 중심 시스템'의 일환이다. 오메가 프로젝트는 '우리는 단지 '지구호'의 승객(passenger)이 아니라 선원(crew)'이라는 금언을 상기시키는,환경 친화적 기술의 좋은 예라고 자신한다. "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