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일 어떻게 버텼나] 카메라맨…간호사…시인…'특기 살린 분업'으로 공포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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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 12㎝ 캡슐로 '우주食' 배급
두 팀 나눠 취침ㆍ생존활동 교대
금ㆍ구리 광산…유해가스 없어
"생존은 순전히 마음먹기에 달렸다. 칠흑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선 서로 의지하고 일을 분담해야 한다. " 33인의 칠레 광부들이 매몰된 직후 호주 광부인 토드 러셀이 보낸 조언이었다. 러셀은 2006년 호주의 금광산 지하 약 800m 지점에서 작업 도중 지진이 발생,14일 동안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로이터통신은 13일 칠레 광부들이 지하 700m에서 69일 동안 생존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철저한 '분업'을 꼽았다. 광부들은 각자의 소질과 능력에 맞게 일을 분담했다. 작업 당시 실무 지휘자였던 루이스 우르수아는 대표 역할을 맡았다. 50년 넘게 탄광 일을 해온 맏형 마리오 고메스(63)는 정신적인 지주가 돼 동료들을 다독였다. 이날 33명의 광부 중 처음으로 생환한 플로렌시오 아발로스와 두 번째로 구출된 마리오 세풀베다는 언론 담당관이었다. 이들은 동료들을 비디오로 찍어 바깥으로 알렸고 언론 인터뷰를 담당했다. 광부들의 다양한 이력과 취미도 분업에 도움이 됐다. 간호사 출신인 오니 바리오스는 동료들의 의료 및 심리테스트를 전담했다. 의사 아버지를 둔 알렉스 베가도 옆에서 도왔다. 문학에 소질이 있는 빅토르 사모라는 매일 동료들에게 시를 읊어주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팬인 한 광부는 노래모임 등 레크리에이션 활동을 책임졌다. 과거 광산에 매몰된 경험을 지닌 이들이 상당수 있었다는 것 역시 도움이 됐다.
광부들의 안전을 위해 전체를 2개 팀으로 나눈 것도 생존에 도움이 됐다고 CNN은 분석했다. 한 팀이 취침에 들어가면 나머지 팀은 생존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했다.
광부들은 처음에는 48시간마다 참치 두 스푼과 우유 반 컵으로 배고픔을 달랬다. 물은 굴착기로 땅을 뚫어 지하수에서 얻었다. 생존 사실이 알려진 지난 8월23일부터는 본격적인 물과 식량을 받을 수 있었다. '비둘기'라는 별명의 지름 12㎝짜리 금속 캡슐을 통해 물과 음식,의약품이 공급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식과 아스피린도 제공됐다. 석탄 광산이 아니라 금 · 구리 광산이었다는 점도 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원인이다. 금 · 구리 광산 안에는 석탄 광산에서 나오는 메탄 등 유해가스가 없기 때문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