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가격 인하…소주·맥주는 인상?

성장 둔화 우려로 주가 상승세가 주춤한 국순당이 최근 가격을 인하하며 공격적 시장 확대에 나섰다. 반면 소주와 맥주 등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원재료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 전망되고 있어 주류업종 판도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순당은 우리 쌀로 만은 '우국생' 막걸리의 출고가를 5.5% 인하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 판매되는 우국생 막걸리의 판매 가격은 기존보다 100~200원 정도 낮아질 전망이다. 특히 식당에서 팔리는 가격은 원래보다 500~1000원 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선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막걸리 시장이 초기 급성장에 단계에 이어 이제는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따른 업체별 차별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순당의 이번 가격 인하는 경쟁업체와 가격 눈높이를 맞춰 수입산에서 우리쌀 막걸리로 넘어가는 시장을 먼저 잡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이 연구원은 "막걸리의 경우 국산쌀 가격의 변동이 없기 때문에 맥주나 소주와 달리 원재료 가격이 안정돼 있다"며 "이번 가격 인하로 우리쌀 막걸리 시장에서 판매량이 늘어난다면 국순당의 이익률이 크게 훼손되는 수준은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공격적 마케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기의 경우 매출 증가률보다 비용증가률이 늘어나면서 단기적인 모멘텀은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소주와 맥주 등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제품가격 인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수익성 개선과 주가 상승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막걸리를 제외한 주류업체의 수익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내년에는 제조원가도 증가할 것으로 보여 원가 전가 차원에서 제품가 인상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증권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송광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이트맥주는 부진한 3분기 실적을 마지막으로 실적 악화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며 "원가 부담 우려를 해소하는 출고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주가 상승세 전환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송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2.5% 예상하지만 내년 수입맥아 계약가격 상승시 4% 수준까지 가격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이트맥주는 내년 초부터 진로 인수 당시에 공정위와 맺은 제품가격 인상규제가 해소돼 가격 결정력이 제고될 것"이라며 "국제 보리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제품가격 인상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김주희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주의 주요 원재료인 주정을 납품하는 주정 업체들이 원가 상승을 이유로 주정 가격 인상 계획에 있어 이에 동반한 소주 가격 인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는 지난 2008년 12월 주정 가격 인상에 따른 제품 가격 인상 이후 2년만으로 소비 감소보다는 매출 증가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미 성숙단계에 접어든 맥주와 소주의 가격 인상은 수익성 둔화를 막아주는 효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맥주와 소주의 출하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원재료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이익이 좋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