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Story] 한광‥레이저가공기 20년 외길…15개국에 '한국의 빛' 쏘아 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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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rrah! 히든 챔피언
경영포인트
① 첨단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독일 엔지니어링업체와 협업)
② 20년동안 레이저가공기 단일품목 외길
③ 학습조직을 통한 종업원 교육훈련
철판을 자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오랫동안 산소용접기를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레이저(LASER)를 활용한다. 레이저는 증폭된 빛을 의미한다. 이게 물체에 닿으면 고온이 발생한다. 마치 돋보기로 태양빛을 모으면 종이를 태울 수 있듯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레이저를 만들어 빔을 형성시키면서 강력한 열이 생긴다. 섭씨 5000도 안팎의 고온으로 철판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자를 수 있다. 생산성이 부쩍 높아진 것은 물론이다.
이 레이저가공기를 만드는 대표적인 업체가 한광(대표 계명재)이다. 이 회사는 독일 스위스 일본업체들이 장악하던 글로벌 시장에 진출,15개국에서 당당히 어깨를 겨루고 있다.경기도 화성에 있는 진위역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한광이 있다. 정문에서 완만한 경사로로 올라가면 넓은 잔디밭이 나오고 그 위에 공장이 나타난다. 4만3000㎡ 부지에 공장 건평은 1만㎡에 이른다.
공장 안에선 레이저가 파란 불꽃을 뿜어내며 철판을 자른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노즐이 레이저를 쏘아대면 철판은 순식간에 잘린다. 이 장비의 두뇌에 해당하는 컨트롤러에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철판이 가공된다. 노즐은 분당 40m의 속도로 철판을 자를 수 있다.
절단되는 금속은 철판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등 다양하다. 이 장비는 기계 금속 전기 전자 광학 제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다. 이 회사가 만드는 레이저가공기는 미국 캐나다 벨기에 러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등 세계 15개국으로 수출된다. 세계 30여개 도시에 딜러망도 갖추고 있고 미국과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이들을 통해 독일 스위스 일본이 장악하고 있던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2007년에는 2000만달러 수출탑을 받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이 수시로 화성공장까지 찾아온다. 기자가 취재 중이던 이달 중순에도 캐나다 바이어들이 공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종업원 106명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한광의 창업자 계명재 대표(52)는 1990년 인천 효성동에서 4명의 직원으로 창업했다. 뉴욕시립대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받은 그는 시장분석을 통해 레이저가공기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하고 귀국한 뒤 이 분야 기술자들을 모아 창업했다. 한광(韓光)은 '한국의 빛'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처음엔 간단한 기능의 레이저가공기를 국산화한 뒤 국내시장 점유율 1위를 선점했다. 국내외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돌파구로 스위스업체와 제휴해 기술을 도입하는 한편 스위스 제품을 국내시장에 판매했다. 자체 개발제품과 외국제품을 동시에 국내시장에 판 것이다.
계 대표는 "초창기 몇몇 대기업과 국내시장에서 경쟁했으나 대기업이 참여하기엔 시장규모가 작은 데다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구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이 사업에서 손을 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국내 시장이 얼어붙었고 한광도 어려움에 직면했다. 받은 어음이 부도나 휴지조각이 되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한광에는 기회가 됐다. 해외로 눈을 돌린 것이다.
계 대표는 "창업 이후 국내 시장에서 손쉽게 성장하다보니 수출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외환위기를 계기로 3명의 주재원을 미국으로 내보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때 시카고에 있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인큐베이터에 입주해 미국시장 개척의 도움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캐나다 동남아 유럽 호주 등지로 시장을 넓혀나갔다. 국내 판매도 꾸준히 성장해 대당 3억~8억원에 이르는 이 회사 기계를 사서 임가공업을 하는 소기업 사장들이 전국에 약 500명에 이를 정도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05년 377억원에서 2007년 426억원으로 꾸준히 늘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9년에는 242억원으로 격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수주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계 대표는 "수주량 등을 감안하면 올해 매출이 5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매출은 사상 최대에 이르는 것이다. 이 회사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첨단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연구 · 개발(R&D) 인력이 22명으로 전체 인력의 21%에 달한다. 또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해마다 다르지만 매출이 반감한 2009년에도 10% 이상 썼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계업체로서는 드물게 독일의 엔지니어링업체에 기술개발 용역을 준 점도 이채롭다.
스위스업체와의 기술제휴는 한광의 성장으로 해외시장에서 부딪치면서 2000년대 중반에 종료됐다. 계 대표는 "이를 계기로 더욱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최근에는 독일의 우수한 R&D 전문 엔지니어링 업체와 제휴해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초정밀가공이 가능한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독일 엔지니어링업체는 학문적인 이론을 갖고 컨설팅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해 R&D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만드는 장비는 대부분 큰 철판을 자를 수 있는 매크로 제품들이다. 가로 3m,세로 1.5m짜리 철판에서 가로 8m,세로 2.5m에 이르는 철판을 절단할 수 있는 장비까지 만든다. 이들 장비는 스테인리스를 기준으로 두께 25㎜까지 절단할 수 있다.
둘째,20년 동안 레이저가공기 외길을 걸어온 점이다. 이 회사는 대형가공기 특수목적의 파이프 가공기 등 다양한 기종을 생산하고 있다. 이 모든 제품은 레이저가공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계 대표는 "레이저가공기는 세계시장 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른다"며 "따라서 앞으로 다양한 시장개척을 통해 연매출을 꾸준히 늘린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셋째,종업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능력계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 개발을 위해선 종업원들의 의식 수준과 기술력 향상이 관건이라고 보고 회사 전체를 학습조직으로 만들고 있다.
계 대표 자신도 세계경영연구원 등 여러 곳의 교육과정에서 공부를 한다. 종업원들은 세미나나 집체교육 현장교육 인터넷원격교육을 통해 평생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놓고 있다. 여기에는 레이저아카데미 컴퓨터지원설계(CAD) 컴퓨터지원생산(CAM) 장비운영 딜러교육 영업교육 유지보수교육 현장표준화 목표관리 지식재산관리 등 수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게다가 가치공학 캐시카우모델창출 트리즈 등도 도입했다.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이 회사와 계 대표는 자랑스런 중소기업인상,산업기술포장,인적자원개발 우수기관 인증,학습조직성과경진대회 동상 등 많은 상과 표창을 받았다.
이를 통해 계 대표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중후장대 제품 가공 중심의 매크로 장비에서 한걸음 나아가 마이크로 장비도 개발해 명실상부한 레이저가공기의 세계적인 강자로 우뚝 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회사 이름처럼 한국의 빛을 세계에 쏘아올리는 것이다. 서울역 부근 모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계 대표는 사내 신우회를 통해 사랑의 집,노아의 집 등 요양원과 고아원 등을 돕는 사회봉사 분야에서도 '작은 빛'이 될 수 있도록 실천하는 기업인이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