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천장에 하늘 그려 면학분위기 높였죠"

경원대 지하캠퍼스 '비전타워'…佛 건축조명 연출가 알랭 귈로

"뉴욕 지하철은 빛을 지향하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학 지하캠퍼스는 달라야 합니다. 학생들을 위해 채광이 잘 돼야 하고 마치 지상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장치들을 적극 고안해야 합니다. "

세계적인 건축조명 예술의 거장 알랭 귈로(66 · 사진)는 15일 문을 연 경원대 비전타워의 외벽과 지하광장에 설치한 '경관조명'에 대해 이같이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내가 연출한 작품이 전 세계 40개국 3000여개에 이르지만 학생의 면학권을 우선시한 점에서 어느 작품보다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경원대가 1000억원의 공사비를 들여 2007년 10월부터 3년에 걸쳐 완공한 지하 4층,지상 7층 규모의 비전타워는 총 연면적 6만9431㎡ 중 지하 연면적이 4만4218㎡로 국내 최대의 지하캠퍼스다.

서울공항으로 인한 고도제한(45m)을 지키기 위해 지상보다 지하공간을 더 넓게 만들었다. 지하 3층 깊이에서 분당선 경원대역과 담장없이 맞닿아 있다.

그는 비전타워 지상 메인빌딩에 빛으로 건축물의 규모와 조형미를 돋보이게 하는 발광다이오드(LED) 경관조명을 설치했다. 귈로가 연출 대상으로 비전타워를 선택한 것은 지난 5월.그는 "광주 빛축제 때 지인 소개로 경원대를 방문했다가 독특한 건축 컨셉트에 공감했다"며 "이길여 총장에게 지하공간을 지상처럼 느끼게 하고 하늘을 향해 도약하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 '빛지대' 설치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비전타워 내 시민분수대광장의 분수대 천장에는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구름이 잔뜩 낀 듯한 효과를 연출하는 인공 '스카이 실링'이 설치됐다. 건물 곳곳의 아트리움(투명유리박스)도 지하에 다량의 빛을 투과시킨다.

이런 설계에 힘입어 경원대역 중앙홀은 국내 지하역 가운데 유일하게 낮시간에 빛이 들어온다. 공사 착공 전인 2006년 말 이길여 총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 팰리스호텔에서 벤치마킹해 온 장치다. 귈로는 "총장이 학생을 위해 미국까지 가서 이런 아이디어를 구해온 열정이 놀랍다"고 말했다.

2010 광주빛축제 예술 총감독을 맡고 있는 귈로는 프랑스 에펠탑,중국 상하이의 둥팡밍주(東方明珠),베이징의 톈안먼(天安門),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바레인 성 등 세계 400여점의 경관조명 작품을 연출했다. 프랑스 생테티엔 출신으로 1977년 르미에르 건축사를 설립한 귈로는 프랑스 최고훈장인 '레지옹 도뇌르'를 받았으며,현재 프랑스 '빛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