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트도 발코니 터서 공급…"실내 공간 넓어졌네"

SH공사,102㎡ 빼고 모두 확장…"대피공간 사라져 화재에 취약"
주변 전셋값의 70~80%에 공급되는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에 발코니가 하나만 남고 모두 사라진다.

시프트를 공급하는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중대형 시프트를 줄이는 대신 중소형의 실내 면적을 늘리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러나 화재 위험엔 더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SH공사는 앞으로 설계하는 모든 시프트에는 빨래걸이가 설치된 방 하나만 빼고 발코니를 처음부터 모두 터서 공급할 계획이라고 15일 밝혔다.

이에 따라 거실과 인접한 발코니만 트던 것을 앞으로는 1개만 남기고 모두 없앤다. 예컨대 SH공사가 새로 공급키로 한 전용면적 102㎡는 거실과 방4개 중 안방 발코니만 남기고 거실 부분을 포함, 모든 발코니 공간을 확장한 상태에서 청약을 받는다. SH공사 관계자는 "실내 공간을 넓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H공사가 발코니를 하나만 남기고 모두 없애기로 함에 따라 화재 대비에 취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고 20층 이상 높이로 지어지는 아파트에 화재가 났을 때 주민들의 대피 공간이 없어진다는 점에서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행정과 교수는 "한국처럼 고층아파트 문화가 있는 나라에서 발코니는 화재 발생 시 주민이 구조를 기다릴 수 있는 마지막 공간"이라며 "부산 해운대 주상복합 화재처럼 고층아파트 화재는 순식간에 퍼져 주민 대피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설계 구조 등을 고려해 조성돼야 할 대피공간이 빨래걸이가 설치된 작은 발코니 하나로는 부족하다"며 "관련법상 문제는 없지만 공공기관이 서민에 공급하는 주택은 화재 대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H공사 관계자는 "최근 민간 아파트들은 발코니를 모두 확장해 공급하는 추세로 이는 주민들에게 공간을 더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거실 부분 발코니를 방화유리로 시공하는 등 최대한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