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태의 월요전망대]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 '환율 격전장' 예고

"환율전쟁은 호수 위의 백조와 같다. "

지난 8~1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겉으로 우아해 보이는 백조가 수면 아래에서는 끊임없이 물갈퀴를 움직이는 것처럼 환율전쟁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물밑에서는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때로는 노골적인 언행도 서슴지 않지만 공식 테이블 석상에서는 다들 뒷짐만 지고 있다. IMF 연차총회가 그랬다. 총회 전까지만 해도 특히 미국과 중국 간 분위기가 험악했다. 환율 문제를 놓고 일전이 벌어질 기세였다. 하지만 막상 회의장에서는 침묵만 지켰다. 평소 말수가 많은 편인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이 한마디 했으나 아무도 거들지 않아 계면쩍은 상황이 연출됐다고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다들 상대방의 입장을 훤히 알고 있어 공식 석상에서는 서로 부딪치길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IMF 연차총회에서 불을 못 끈 채 넘어온 환율 공방전은 이번 주 한국으로 넘어와 경주에서 다시 불꽃을 튀길 것으로 보인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40명과 IMF 등 국제기구 수장들은 22~23일 경주 힐튼호텔에 모여 환율 문제를 비롯해 세계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이번 회의는 11월 서울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자리인 만큼 주요 의제에 대한 점검과 조율도 이뤄질 예정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중국의 셰쉬런 재정부장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 등 주요국 금융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미국은 G20 틀 안에서 환율 문제를 결론지으려는 의지가 강해 이번 회의가 미 · 중 간 환율전쟁의 격전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주회의가 다음 달 초 미국 중간선거를 코앞에 두고 열리는 만큼 미국이 어느 때보다 공세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경주회의에 앞서 19~20일에는 금융규제 분야 국제기준 제정을 담당하고 있는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회의와 금융안정위원회(FSB) 총회가 잇따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서울 정상회의 주요 의제인 금융규제 개혁을 마무리짓기 위한 사전 준비회의다. 두 기구가 그동안 가장 공을 들여온 은행 자본 · 유동성 규제 방안과 대형 금융사 규제 방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주 발표되는 경기지표로는 20일 나오는 '9월 고용동향'이 있다. 최근 시장의 촉각이 온통 환율과 물가에 쏠려있는 만큼 고용은 다소 관심사에서 밀려나 있지만 최근의 회복기조를 유지하는지 여부는 체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8월 반짝 개선세를 보였던 청년실업률이 9월에도 하향안정세를 유지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전체 고용사정은 최근 민간부문 중심으로 취업자가 큰 폭 증가하고 있어 9월에도 개선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제부처에 대한 두 번째 국회 국정감사도 이번 주 예정돼 있다. 1차 국감 때 논란이었던 4대강 및 복지 예산 등 내년 예산안,소득 · 법인세 인하 등 주요 세제정책,국가 부채 및 공기업 부채 등을 놓고 여야는 물론 정부와 국회 간 공방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이번 주 '3분기 중 외환시장 동향'(19일),'9월 중 어음부도율 동향'(20일)을 발표한다.

정종태 경제부 차장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