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은 후퇴ㆍ무역은 강공…美, 對中 전쟁 '이중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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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보고서 G20 이후로 연기…中 그린산업 보조금은 조사미국이 중국과의 위안화 환율전쟁 전선에서 한발 후퇴하고 무역전쟁 전선에서는 또 다른 강수를 뒀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무역상대국의 환율정책 보고서 발표를 내달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로 미루면서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절상속도와 폭에 만족을 표시했다. 반면 미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정부의 그린산업 보조금 지급 여부를 조사키로 결정했다. 중국은 일단 침묵과 반발로 미국의 이중 전략에 대응하고 있다.
中 "무책임한 무역 보복" 비난
◆미,"위안화 절상 이대로 라면…"당초 예정대로라면 미 재무부의 환율정책 보고서는 지난 15일 의회에 제출돼야 했다.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가 최대 관심이었다. 재무부는 대신 보고서 제출을 연기한 이유를 담은 성명을 내놨다.
재무부는 "가이트너 장관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이기 위한 중국의 지난 9월 초 이후 조치들을 인정하고 이런 과정이 지속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환율에 탄력성을 높이기로 한 지난 6월19일 이후 위안화 가치가 달러 대비 약 3% 절상됐다고 설명했다. 9월2일 이후에는 위안화 가치가 한 달 평균 1% 이상 올랐다고 강조했다.
재무부는 이어 "보다 견고하고 균형되며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제 회복을 달성하는 것은 다국적인 과제"라며 "중국과 미국의 책임이 아니라 모든 국가들의 정책 개혁이 요구된다"고 명시했다. 또 11월 G20 서울 정상회의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리는 아시아 · 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관련 과제에 진전을 보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아시아국가들의 환율정책을 느슨하게 연계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중국과 경쟁하는 아시아국가들도 자국의 통화가치를 절상하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위안화를 절상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는 게 재무부의 희망이라고 WSJ는 전했다.
재무부의 완화된 환율 입장과 달리 론 커크 USTR 대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통해 우리 권리를 적극 추구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그린산업 보조금 지급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미 철강노조는 중국 업체들이 정부 보조금을 받는 덕분에 풍력과 태양광 관련 장비를 세계시장에서 싸게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침묵하고 반발하는 중국 정부중국 정부는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 연기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신화통신은 왕치산 중국 부총리가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상호 관심사를 놓고 전화로 의견을 나눴다고만 보도했다. 이날 미국의 행보에 대해 왕 총리가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표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가 G20 정상회의 이후로 연기됐다는 점에 주목,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보고서 연기 발표에 신중한 자세를 보인 반면 미국의 그린산업 보조금 조사 발표에 대해선 "근거도 없고 무책임한 행위"라고 상무부 웹사이트를 통해 비난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서도 정부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아 2300여건의 환경 관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며 "중국을 조사하겠다는 것은 세계에 보호주의라는 나쁜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전문가는 "중국이 환율문제에 최대한 성의를 보이면서 무역마찰 등에 대해선 맞대응을 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왕 부총리가 가이트너 재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 앞서 최근 미국의 상무장관 및 USTR 대표와도 전화통화를 가진 점을 감안할 때 무역분쟁에서도 미국과 중국 간 타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김홍열/베이징=조주현/도쿄=차병석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