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소프트웨어 업황 전망‥스마트폰ㆍ태블릿PC는 '보안 신대륙'…시장 연평균 10% 이상 커질듯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는 올해 보안소프트웨어 시장 규모가 912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3%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평균 10% 넘게 성장해 2014년에는 시장규모가 1조3000억원대로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와 해외에서 보안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우 소프트포럼 전략사업부장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넷북 등의 보급 확대로 보안소프트웨어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앞으로 수년간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총 131개로 파악되는 소프트웨어기업 중 70개는 자본금 10억원 미만이고,100억원이 넘는 회사가 4개에 불과할 정도로 아직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시스템 보안의 최강자

보안소프트웨어는 크게 개별 컴퓨터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시스템 보안과,기업 공공기관의 데이터망을 관리하는 네트워크 보안으로 나뉜다. 요즘엔 인력을 파견해 개별 기기에서부터 네트워크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 주는 관제서비스와 보안컨설팅 등 정보보안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국내 보안소프트웨어업계 매출의 80.1%는 시스템 및 네트워크보안 상품판매에서 나왔다. 19.9%만 정보보안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됐다.

'V3' 등 잘 알려진 안철수연구소의 컴퓨터 백신은 시스템 보안상품이다. 업계에선 안철수연구소가 이 분야에서 최소 5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외국계 보안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려면 수년 동안 바이러스와 악성코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어야 한다"며 "소프트웨어업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보안 분야에서는 나우콤 이스트소프트 등 4~5개사가 경쟁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후발주자로 '트러스트가드' 등의 제품을 내놓으며 추격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현장에 인력을 보내는지에 따라 파견관제와 원격관제로 분류되는 관제서비스에서 안철수연구소는 원격관제 분야 1위다.

1995년 설립된 안철수연구소는 1세대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다른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핸디소프트는 최대주주의 횡령으로 상장 폐지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며,한글과컴퓨터는 작년 셀런에 인수된 지 1년여 만에 다시 인수합병 시장에 나와 최근 아홉 번째 주인을 맞았다.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무료 불법유통 관행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저가 요구 등을 문제로 꼽는다. 관계자는 "주고객인 정부와 대기업에서 제값을 받지 못하는 데다,일반 소비자들은 보안소프트웨어 등 소프트웨어 무료 사용을 당연시하고 있어 대다수 업체가 겨우 인건비만 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세업체 난립도 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나우콤 관계자는 "보안 이슈가 나타날 때마다 평소 다른 사업을 영위하던 회사들이 20~30개씩 보안소프트웨어 분야에 뛰어들었다가 철수하기를 반복한다"며 "보안소프트웨어 회사들로서는 시장이 확대될 시점에 된서리를 맞는 모양새"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술 발전 · 법규 정비가 성장의 기회

업계 상황이 어렵지만 기술 발전과 정보보안 관련 제도 개선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스마트폰 시장이다. 글로벌 시스템 보안시장은 미국과 유럽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보안은 새로 열리는 시장인 만큼 기술력만 있다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안철수연구소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스마트폰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등 금융거래에 특화한 백신인 '모바일플러스'도 금융회사들에 공급 중이다.

나날이 발전하는 바이러스 기술은 보안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기술력에 따른 차별화를 촉진하고 있다. 안철수연구소가 개발한 'AOS' 백신은 이달 들어 국내 금융거래에도 피해를 주고 있는 '제우스' 바이러스를 막을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제품 중 하나다.

또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스마트 그리드 역시 보안소프트웨어회사들의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주갑수 넥스지 대표는 "IT기술이 전면적으로 적용된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 통제나 요금 부과 등에 대한 해킹 위험에 취약해 보안회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안철수연구소 넥스지 등의 보안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인 '개인정보보호법'도 시장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개인정보 불법수집을 법으로 금지하면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고객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