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통과가 목표였는데 우승…지금도 얼떨떨"

하이트컵 우승 장수화 인터뷰
100여개 대회만에 첫 정상
정규투어프로 2년차인 장수화(21 · 토마토저축은행 · 사진)가 골프클럽을 처음 잡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 붙어 온 '무승(無勝) 선수'라는 꼬리표를 뗐다. 지난 17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컵챔피언십에서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참가한 100여개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지 못한 '무관'에서 하루아침에 '메이저 퀸'으로 등극했다.

"우승을 한 번만 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던 그의 바람은 커트만 통과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메이저대회에서 기적같이 이뤄졌다. 장수화는 대회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난 19일에도 잠을 설쳤단다. 우승이 믿어지지 않아서다. 참가 대회마다 상위권에 입상했고 여러 번 연장전에도 나갔지만 그의 자리는 늘 1등 아래였다.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저하고 우승은 평행선을 달리는 자전거의 두 바퀴같았는데 그 두 바퀴가 한 지점(우승)에서 만났으니 여전히 꿈같아요. "

장수화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우승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다. 장수화는 연습라운드 때 볼이 너무 맞지 않아 아버지(장성기씨)한테 "커트만 통과하면 좋겠다"고 말했을 정도다. 퍼트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회를 사흘 앞두고 퍼터도 바꿨다. 게다가 코스 전장은 6582야드로 길고 러프는 깊은 데다 컨디션도 좋지 않아 우승은커녕 커트통과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장수화의 드라이버샷 평균거리는 231야드로 120여명의 정규투어프로 중 90위권이어서 긴 코스에서는 고전하곤 했다.

"연습라운드 때 볼이 너무 안 맞아 이번 대회도 인연이 없나 보다 했어요. 우승에 대한 욕심을 버린 게 아니고 낼 수가 없었어요(웃음).샷에 대한 확신도 서지 않았고 퍼트도 뜻대로 되지 않은 등 모든 게 정상에서 벗어났어요. 대회 때 버디 욕심보다는 보기를 안 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지요. "장수화는 1라운드에서 공동 26위(1오버파)에 그쳤으나 2라운드에서 공동 7위(1오버파)로 뛰더니 3라운드에서는 단독 선두(2언더파 214타)로 올라섰다. 마지막 라운드는 '장타자' 양수진(19 · 넵스) 유소연(20 · 하이마트)과 플레이했는데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그는 "친한 동료들이 수진이와 소연이가 티샷을 할 때는 쳐다보지 말라고 말해주었다"며 "마지막 날 갤러리와 대회의 중압감을 이겨낸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라고 자평했다.

장수화는 억척스러울 정도로 연습한다. 경기 용인 금강골프연습장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쇼트게임,스윙,퍼트,체력훈련 등 빡빡하게 짜인 스케줄을 군소리 없이 소화한다. 붙임성이 좋고 항상 배우려는 자세가 돋보인다.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대신 샷 정확도는 뛰어나다. 올 시즌 그의 페어웨이안착률과 그린적중률은 각각 87.99%(1위),70.37%(38위)로 상위권이다. 샷 정확성이 높은 비결을 묻자 "저도 먹고 살아야죠"라며 재치있게 대답한다.

장수화는 5년간 투어 출전권을 확보한 만큼 올 겨울엔 드라이버샷 10야드 늘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코스가 길어지는 추세입니다. 샷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드라이버샷 거리가 짧으면 그만큼 스코어를 내기가 힘들지요. 동계훈련 때 거리를 늘려 '롱런'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