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과세 폐지는 잘못, 채권투자 원천징수 부활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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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 경제특보 한경 단독 인터뷰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외국인 채권투자 원천징수제를 폐지한 지난해 5월 이후 국제 투기성 핫머니가 대거 유입돼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원천징수 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19일 말했다. 정부는 해외 자본의 과도한 유입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특보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전 세계가 치열한 환율전쟁을 치르며 유입되는 해외 자본에 세금을 물리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거꾸로 간 것은 잘못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내에서 원천징수제를 부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 특보는 "이자소득의 14%를 원천징수하는 제도가 폐지된 후 외국인이 지난해 52조원어치의 채권을 순매수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달 중순까지 벌써 59조원어치를 순매수했다"며 "이 같은 과도한 자본 유입이 외환시장과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환율은 실물경제의 펀더멘털(경상수지)에 따라 변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 유입에 따라 결정되고 경상수지가 변하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단기 자본거래에 대해 적절히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문제의 본질과 공통점을 발견해 다음 회의에서 해결할 수 있는 토대만 만들어도 성공"이라며 "G20 회의에서 핫머니 규제에 대한 공조체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특보는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한 뒤 "지금은 환율이 물가보다 더 중요한 시기이므로 출구 전략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했다. 정부가 감세 정책을 2년 유예한 것과 관련해서는 "감세가 경기 회복에 효과적이라는 점은 이미 경험적으로 증명됐고,다른 나라들도 전략적으로 선택하고 있다"며 "내년쯤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저금리에 기반을 두고 살포된 유동성이 신흥 개발도상국에 유입돼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응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이미 선물환 포지션 한도 규제 등을 발표했고,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채권시장 지표물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외국 자본 유입 규제에 대한 우려로 전날보다 0.15%포인트 뛴 연 3.64%에 거래를 마감했다. 3년짜리 국고채 금리도 0.14%포인트 오른 연 3.20%를 기록했다.
장진모/서욱진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