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경제특보 단독 인터뷰] "환율은 주권…지금은 규제장치 만들어 핫머니 침입 막을 때"

전세계가 환율전쟁 휘말려 자본유입 규제하는데 우리만 거꾸로 문 열어줘
한은 금리동결 잘한 일…출구전략 늦을수록 좋아, 금리인상 효과도 의문
강만수 대통령 경제특보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장은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해 "당연한 귀결이며 2년 전 장관 시절에 이미 예견했던 일"이라며 자신이 주창했던 '환율주권론'으로 말문을 열었다.

강 특보는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의 상당 시간을 환율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나는 고환율주의자도,저환율주의자도 아니다"면서 "환율이 경상수지와 무관하게 움직이고,금융이 실물을 지배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에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단기자금 유입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 전쟁이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

"환율전쟁은 당연한 귀결이다. 대공황 직후인 1930년대에는 관세전쟁이 일어났다. 당시는 금본위제,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인 지금은 환율전쟁으로 양상이 바뀐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품이 꺼지자 각국이 정치적으로 실업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환율을 올리는 길밖에 없다. "

▼환율전쟁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이는데."여러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미국 등 선진국은 생산성을 올리고 중국 등 이머징국가는 소비지출을 확대하는 게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해결방안이다. 단기적으로 미국의 달러 가치 안정화 노력,중국의 탄력적인 위안화 운용이 필요해보인다. 무엇보다 국제 핫머니에 대한 적절한 규제장치를 도입하지 않으면 해결이 힘들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IMF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아시아의 자본규제가 정당하다'는 말을 했는데 이는 과거 IMF 기조와 정반대되는 발언이다. 투기거래를 일삼는 헤지펀드,핫머니에 대한 적절한 규제장치 없이는 환율전쟁은 종국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

▼원 · 달러 환율도 출렁거리고 있다. 외환당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나.

"환율은 주권이다. 대외균형(국제수지)과 대내균형(적절한 성장과 고용,물가)이 서로 상치될 때 대외균형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외환위기의 교훈이다. 환율은 실물경제의 펀더멘털, 즉 경상수지에 의해 움직여야 한다. 자본수지는 단지 경상수지의 불균형을 메워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됐다. 투기적인 자본거래가 환율을 좌우하고, 나아가 경상수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원화 가치가 과도하게 절상됐다는 의미인가.

"적정환율을 논하기 어렵다. 과거 금본위제 하에서는 기준이 고정돼 있어 계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이 매일 바뀌는 만큼 적정환율을 미리 알 수 없다. 다만 사후적으로 적절했구나,과도했구나 평가할 수 있을 뿐이다. 가령 미국이 작년에만 2조달러를 풀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환율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환율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과도한 자본유입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예를 들어 2007년 기준으로 세계 무역거래는 17조달러였는데 외환거래는 803조달러였다. 금융이 실물을 보완하는 게 아니라 지배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래서는 국가경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투기성 해외자금이 대거 유입되는데 따른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 직접투자(FDI) 자금을 제외한 모든 것을 단기 투기자금으로 봐야 한다. 전 세계가 자본유입에 과세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5월 외국인 채권투자의 이자소득세 원천징수 제도를 폐지했다. 엄청난 방향 착오였다. 그 영향으로 작년 5월 이후 채권시장에서 500억달러가 유입됐고 올해에도 벌써 500억달러의 순유입이 이뤄졌다. 한국 채권시장이 국제시장에서 '노다지'로 변한 상황이다. 이 같은 단기 자금 유입이 원화 가치를 절상(환율 하락)시키면서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

▼단기 자본거래를 규제할 구체적 수단은.

"우선 국제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수단인 자본거래세를 고려할 수 있다. 둘째는 금융회사의 건전성 유지 측면에서 단기유동성 지표를 규제할 수 있으며,나아가 급속한 자본유입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G20(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문제에 대한 중재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는가.

"환율전쟁 중재자로서 정부의 복안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의장국으로서도 단기자본거래를 규제하는 국제적인 틀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은행의 최근 콜금리 동결이 환율변수를 고려했다는 지적이 있다.

"바람직한 결정으로 본다. 지금은 대외균형 문제가 더 시급하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국가경제의 근본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구조적으로 많으면 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 더구나 원화자산의 투자매력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까지 올리면 자본유입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또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대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아가 돈이 남아도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과 주택대출을 잔뜩 안고 있는 급여소득자들에게 금리인상은 직격탄이 될 수 있다. "

▼출구전략은 아직 이르다는 뜻인가.

"출구전략은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 세계경제는 지금 인플레보다 디플레가 더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담=이재창 정치부장 leejc@hankyung.com

정리=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